▶ 이 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의 전통마을을 가다 1≫에는 ‘사상과 문화’라는 주제로 여섯 개의 마을을 담았다. ‘제1부 마을에 담긴 정신’에는 자연에서 단서를 찾아 마을공간을 형성한 옻골마을, 성리학적 원칙이 마을공간의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 한개마을, 그리고 우리 조상들의 도시관을 보여주는 낙안읍성으로 이뤄진다. ‘제2부 마을에서 읽는 우리 문화’에는 토속성이 강한 주거공간에 평등한 삶의 조건이 구현된 성읍마을,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한 하회마을, 그리고 한국 마을에서 근대성을 생각게 하는 강골마을을 소개하였다. 제1부 마을에 담긴 정신 옻골마을_주변경관에서 찾은 공간 만들기의 단서 : 옻골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항상 ‘대암’이 존재한다. 대암은 살아 있는 거북이 같다 하여 붙여진 생구바우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계몽운동과 후학양성에 주력한 옻골의 입향조인 백불암 선생의 호이기도 하다.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대암은 옻골마을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자연요소인 바위 대암은 마을 주거 공간 속에서, 역사 인물인 대암은 마을 사람들의 정신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옻골마을은 그렇게 하나의 ‘이름’을 통해 공간과 정신의 조화를 이뤄내고, 그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피워냈다. 한개마을_선비 정신과 만나는 공간 미학 : 한개마을의 선비들은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명예는 원칙의 소산이고 벼슬은 타협의 소산이 아니던가. 그래서 그들은 정당성이 없는 사회 현실에서 벼슬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었다. 효와 학문을 중시하는 선비의 마을답게 재사 서당이 주거 공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다른 전통마을에 비해 집이 화려하지 않는 것도 그와 같은 까닭일 터이다. 한개마을은 그러한 선비들이 살다간 우리의 마을이다. 낙안읍성_조상들이 생각한 도시 : 우리 조상들은 도시를 주변의 자연과 관련지어 이해하였다. 도시공간에 조각을 하나 설치하더라도 주변의 자연을 고려하였듯이 도시생활과 자연은 밀접히 연관되었다. 그곳에는 의식이 있었고, 오래된 나무가 돛을 상징하듯 상징의 체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도시의 모양을 해석하여 공동의 약속을 만들고 지켰다. 또한, 도시 사람들에게는 마음속으로 추모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밖에도 도시에는 모든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신성한 장소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시대의 도시에서 그런 것들은 이미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제2부 마을에서 읽는 우리 문화 성읍마을_토속적인 공간과 평등한 삶의 조건 :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 옹기종기 모인 성읍마을의 집들은 주어진 자연 조건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주거 공간 요소를 지칭하는 독특한 이름들에서 토속성의 미학을 한껏 보여주는 그들은 가축마저 삶의 공존자로 여길 만큼 평등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세대별로 사용하는 건물과 공간이 따로 마련된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토속적이면서 평등한 삶터에서 고단한 삶을 일궈갔을 그네들이 몹시도 그립다. 하회마을_위인과 보통사람 그리고 공간의 숨결 : 양반들이 뱃놀이를 즐길 때 서민들은 그러한 놀이에 필요한 뒷바라지를 해주고, 양반을 비난하는 풍자를 담은 탈춤판을 신명나게 벌일 때 양반들은 그것을 수용하고 소요되는 경비를 제공하였다. 하회마을은 한 공간적인 토대 속에서 서로를 용인하고 지지하면서 공존하는 삶을 누려왔다. 그것은 특정한 계층의 일반적인 희생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지배층인 양반들과 피지배층인 서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했기에 얻어진 아름다운 결실인 것이다. 강골마을_근대의 추억과 한국 마을의 근대 : 강골에 들어온 광주 이씨들은 외지 이주자였다. 그만큼 전통의 무게가 적어 변화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근대기에 접어들면서 새롭게 경제력을 확보하자 그것을 바탕으로 건축물을 지어나갔고 마을을 확장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기존의 전통 한옥의 격식을 따르기보다는 새로운 시대의 개방성을 반영하였다. 그렇게 강골마을은 근대정신으로 새로운 주거 건축의 싹을 틔워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