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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만리장성은 기원전 200년경 진시황이 최초로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진시황이 완성했다고 전해지는 만리장성은 사실은 그 전부터 있었던 성벽들을 보수해 이어 붙인 것이며, 완전히 하나로 이어진 것도 아니고 이름처럼 '만 리'도 아니었다. 현재의 벽돌성벽은 명나라 때에 와서야 일부 구간만 보수한 결과이고, 실제로 몇천 년간 존재했던 만리장성은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흙성벽들이었다.
이 책에서는 신화가 된 장성을 무너뜨리고 그 뒤에 숨겨진 중국인의 세계관을 파헤치며, 특히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있는 만리장성의 정신적 표상에 주목하였다. 야만 '오랑캐'와 선진 '중화'를 갈라온 장성에 대한 집착과 그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들을 통해 배타적인 중화주의의 실체를 밝히고 있다. 또한 중국이 현재 인터넷 공간에도 '방화벽'이라는 새로운 장성을 세웠음을 보여주며, 장성이 중국사를 관통하는 핵심임을 짚어낸다.
작가정보
저자(글) 줄리아 로벨
Julia Lovell
영국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중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중국사와 중국문학을 가르쳤다. 《문화자본의 정치학-노벨문학상을 향한 중국의 탐색》을 썼고, 한샤오공(韓少功)의 소설《마교사전(馬橋詞典)》을 번역했다. 현재 〈가디언〉〈타임스〉〈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러먼트〉등의 매체에 중국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케임브리지대학 퀸스칼리지의 연구원(Research Fellow)으로 있다. 2006년 이 책 《장성, 중국사를 말하다》로 새뮤얼 존슨 상 롱리스트 부문에 올랐으며, 깊이 있는 연구와 대담한 문제 제기로 주목받고 있는 신진 연구자다.
목차
- 일러두기
서장 - 누가 만리장성을 쌓았을까?
제1장 왜 성벽을 만들었을까?
제2장 신화의 시작: 진
제3장 변함없는 성벽: 한과 흉노
제4장 움직이는 변방, 퇴폐적인 야만족: 북위
제5장 다시 통일된 중국: 수
제6장 성벽을 넘어: 당
제7장 돌아온 야만족: 요, 금, 몽골
제8장 개방과 폐쇄의 이중주: 명대 초기
제9장 성벽, 세워지다: 명대 후기
제10장 명의 몰락과 청의 탄생
제11장 유럽, 화석을 찬양하다
제12장 중국의 화신이 된 만리장성
결론 - 위대한 성벽, 위대한 시장, 위대한 방화벽
주
참고문헌
부록1 주요 등장인물
부록2 왕조 연대표
부록3 중국 역사와 성벽 건설에 관한 주요 연대표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중국을 읽는 거대한 메타포, 만리장성”
‘나’와 ‘오랑캐’를 갈라왔던 만리장성의 역사를 통해
중국인의 세계관과 집단심성을 읽는다.
케임브리지대의 역사가 줄리아 로벨이 쓴 《장성, 중국사를 말하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3000년간의 중국사를 만리장성을 중심으로 꿰뚫는 도전적인 역사책이다. 여기서 저자는, 달에서도 보인다는 진시황의 만리장성은 최근에 만들어진 신화일 뿐이며 몇천 년 된 장성 같은 건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야만 ‘오랑캐’와 선진 ‘중화’를 갈라온 장성에 대한 집착과 그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들을 통해 배타적이고 오만한 중화주의의 실체를 드러낸다. 만리장성이라는 거대한 성벽-감옥에 갇혀 스스로를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해온 중국인들의 세계관을 밝힘으로써 몇천 년간 이어져온 중국의 집단심성을 읽어낸다.
만리장성의 신화
바로 지난주 2007년 7월 7일, 신문들은 일제히 ‘새로운 7대 불가사의’ 발표를 보도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6개월간 투표한 결과 중국의 만리장성과 로마의 콜로세움 등 7개의 불가사의가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당초 예상대로 과학적이고 고고학적인 가치보다는 각국의 자존심 싸움이 반영된 결과였고, 선정 과정에 대한 잡음도 많았다. 하지만 브라질의 예수상에 대한 시비가 많았던 것에 비해 중국의 만리장성이 1위를 한 것에 대해선 다들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장성은 그 어떤 문화재나 유적보다도 ‘세계의 불가사의’란 타이틀이 어울리는 유적이었다.
그러나 이 책 《장성, 중국사를 말하다》의 저자인 줄리아 로벨은 그런 ‘만리장성’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만리장성은 수천 년간 변함없이 존재해온, 하나로 길게 이어져 달에서도 보인다는 ‘위대한 성벽(the Great Wall)’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신화가 된 장성을 무너뜨리고 그 뒤에 숨은 중국인의 세계관을 드러내고자 한다.
만 리도 아니고 장성도 아닌
보통 만리장성은 기원전 200년경 진시황이 최초로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성벽 건설의 역사는 중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기원전 300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 있는가 하면, 기원전 2000년대 상 왕조 시대에도 성벽은 있었다. 그러나 성벽 건설에 대한 요구가 절실해진 것은 농경문화와 유목문화가 갈라진 기원전 1000년대 이후다. 따라서 진시황이 ‘완성했다’고 전해지는 만리장성은 사실은 그 전부터 있었던 성벽들을 보수해 이어 붙인 것이며, 그나마 완전히 하나로 이어진 것도 아니었고 ‘만 리(약 4000킬로미터)’도 아니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크고 단단한 벽돌성벽과는 달리 ‘만리장성’은 한 번도 완전하게 죽 이어져 있었던 적도 없었고 벽돌로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현재의 벽돌성벽은 명나라 때에 와서야, 그것도 일부 구간만 보수한 결과다. 실제로 몇천 년간 중국에 존재했던 것은 ‘만리장성’이 아니라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흙성벽들이었다. 이것이 저자가 무너뜨리고자 하는 만리장성 신화의 실체다. 그러나 저자가 더욱 강조하는 것은 이런 물질로 된 장성이 아니다. 저자는 중국인들과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있는 만리장성, 그 정신적 표상에 더욱 주목한다.
이민족에 대한 불안, 성벽에 대한 집착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왜 이런 성벽들을 쌓았을까? 저자는 그 원인을 중국인들의 정체성과 세계관에서 찾는다. 기원전 1000년대에 이르면 중국인은 자신들을 세계의 중심으로 삼고 이민족을 ‘야만족’ ‘짐승’으로 보는 세계관을 완성하게 된다(55~56쪽). 자신들과 생활방식이 다른 유목민들을 도저히 상종할 수 없는 종족으로 치부하면서(조선인들을 두고 “모기, 전갈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성벽을 쌓기 시작한다. 하지만 저자는 실제 성벽의 위치를 고려하면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으레 국경선이라는 게 종종 그렇듯이, 중국의 ‘보호용’ 성벽 역시 상당히 공격적인 목적으로, 즉 야만족을 몰아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는 이런 성벽들이 제구실을 못했다는 데 있다. 길게 하나로 이어져 있지 않은 이상 군데군데 뚫린 곳으로 유목민이 쳐들어오기 마련이었고, 무엇보다 성벽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엄청났다. ‘맹강녀 이야기’에 나타나듯이 성벽 건설에 동원된 민중들의 삶은 처절하기 이를 데 없었고(제2장), 지어진 후에도 성벽은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었다. 많은 왕조들에서 성벽 보급과 병역에 관련해 온갖 비리가 횡행했고, 관리들이 성벽 밖 야만족에게 뇌물을 주어가며 쳐들어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성벽을 넘어 중국을 유린한 칭기즈 칸은 “성벽의 위력은 그곳을 지키는 자의 용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역대 왕조는 성벽 건설과 유지에 집착했고(당나라 초기만이 예외다), 이것은 종종 왕조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성벽을 넘어와 중국을 석권한 ‘야만족’ 왕조들(북위, 요, 금, 원나라, 청나라 등) 역시 자신들을 막아왔던 그 성벽에 집착했다는 것이다. 이민족을 벌레 보듯 하던 한인(漢人) 왕조든, 성벽을 넘어와 중국 문화에 동화되어 유약해진 유목민 왕조든, 중국의 모든 왕조는 성벽 건설에 매달렸고 이전 왕조들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성문을 열고 이민족에게 조공의 형태로 교역을 허락하거나, 각종 외교적 수단과 뇌물 등으로 이민족을 달래는 것이 훨씬 쉽고 경제적인 보호 장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자신의 ‘중화세계’를 지키기에 급급했다. 성벽 건설은 오히려 나약함의 반영이었으며,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었다.
유럽에서 역수입된 만리장성
17세기 예수회 사제들이 중국을 오갈 때만 해도 남부러울 것 없이 장성 안에 들어앉아 있던 중국은 19세기 들어 서구의 대포 앞에 무릎 꿇어야만 했다. 이때 근대 중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구심점이 된 것 역시 장성이었다. 근대 초기만 해도 장성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외국인들을 이상하게 보던 중국은, 외세에 맞서 중국이라는 민족주의로 뭉치기 위해 이 장성 이미지를 이용한다. 그 전에는 중국인들이 별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던 장성에 쑨원, 마오쩌둥 등 민족지도자들의 수많은 찬사가 덧붙여졌고, 그들은 나름의 목적을 위해 장성을 활용했다. “장성에 오르지 못하면 대장부가 아니라”라고 했던 마오쩌둥의 중국은 자신의 국가(國歌)에서도 “우리의 피와 살로 새로운 만리장성을 쌓자”고 외치게 되었다.
장성의 변모, 인터넷 방화벽
저자는 현재 인터넷 공간에도 새로운 장성이 세워졌다고 말한다. 인터넷 공간 속 방화벽이 바로 그것이다. 벽돌로 이루어진 만리장성이 관광상품으로 전성기를 누린 20세기가 끝날 즈음, 중국 정부는 유목민이 아닌 가상세계의 침입에 다시 대처할 필요를 느낀다. 1996년 공공안전국 설립을 시작으로 추진된 인터넷 방화벽 설치는 티베트 문제, 파룬궁 등의 종교 문제, 외국의 언론 등을 철저하게 검열하고 차단하기 시작했고, 2002년에는 구글(google.com) 자체를 막아버렸다. 하지만 방화벽이라는 감옥-성벽에 갇힌 젊은 중국인들 역시 온갖 방법으로 이 새로운 만리장성에 흠집을 내기 시작했고 블로그 등의 등장으로 사적인 가상공간은 어느 정도 넓어진 상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이 장성에 집착하고 있고, 몇천 년간 장성 속에 갇혀 살아온 중국인들의 자기 검열 역시 마음속에 또 하나의 장성으로 자리 잡아 외부로부터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저자는 “중국에는 언제나 만리장성이 존재할 것 같다”는 말로 책을 끝맺는다.
중국인들의 집단심성을 읽어내는 중국판 《국화와 칼》
《장성, 중국사를 말하다》은 분명 만리장성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지만, 〈가디언〉의 서평이 말하듯, “훨씬,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장성을 “중국을 읽는 거대한 메타포”로, “중국의 자기인식을 들여다보는 창문이자 외부세계로 향하는 창문”으로 본다(38쪽). 이 창을 통해 로벨이 강조하는 것은, 장성은 단순한 역사 속 유물이 아니라 중국을 움직인 세계관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우리는 장성을 둘러싼 집착과 수많은 일화, 인물 등을 통해 중국인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해왔으며, 외부세계를 어떤 눈으로 바라봤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짐승처럼 야만스러운’ 이민족을 막기 위해 장성을 둘렀으며, 그 감옥 안에서 스스로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장성, 중국사를 말하다》는 이것이 비단 한두 왕조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몇천 년 중국사를 관통하는 핵심임을 짚어낸다는 면에서 중국인들의 집단심성을 읽어내는 보기 드문 책이다. 중국이 19세기 뜻밖의 굴욕에서 벗어나 급속히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는 지금, 이 책은 ‘무서운 이웃’의 속내를 읽어낼 계기가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01068565 |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07월 13일 | ||
쪽수 | 523쪽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The)great wall : China against the world, 1000 BC - AD 2000/Lovell, Julia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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