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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단체들 “남북한, 탈북민 표현의 자유권 존중해야”


지난 2014년 10월 한국 파주에서 탈북민들이 김정은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전단을 북한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한국 파주에서 탈북민들이 김정은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전단을 북한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이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한 북한과, 전단 살포 금지법을 추진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탈북민들의 시민적·정치권 권리를 남북한이 모두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5일 성명에서 북한 당국의 위협 때문에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추진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성명에서 “과거 인권 옹호자로서 한국의 권위주의 지도자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요구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원칙을 저버리는 게 놀랍다”며 정부의 재고를 촉구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It’s astonishing that President Moon Jae-in is apparently abandoning his principles as a human rights advocate who used to demand freedom of expression from authoritarian South Korean leaders of yesteryear.”

로버트슨 부국장은 문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진보적인 집권당은 김여정에게 북한에서의 기본권 침해 행태를 협박을 통해 한국으로 수출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다.

지난 2018년 5월 한국에서 열린 북한자유주간행사의 마지막 일정으로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보내기 위해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이 파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한국에서 열린 북한자유주간행사의 마지막 일정으로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보내기 위해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이 파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앞서 담화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막지 않으면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위협했고, 한국 통일부는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한국 시민들은 정부에 북한의 압박에 굴복하는 금지법을 제정하기 보다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북한 정권의 위협에 대응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로버트슨 부국장은 주장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South Korean citizens should demand their government stand up to Pyongyang’s threats against their civil and political rights rather than kow-tow to this pressure by passing rights restricting legislation”

북한 수뇌부의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이런 기본권 침해 요구가 끊이지 않을 것이란 겁니다.

이 단체는 북한의 2인자가 나서서 외부 정보를 담은 전단을 두려워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오히려 외부의 압박과 정보에 대한 북한 정권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형 풍선에 메시지를 담아 북한에 보내는 것은 표현의 자유 권리를 행사하는 명백한 사례로, 제한하기 보다 기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재단(HRF)도 5일 성명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추진은 한국 내 탈북민들의 대북 인권 활동을 막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인권재단 성명] “The legislation seeks to further prevent North Korean defector activities in South Korea and restrict their freedom of expression,”

이 단체의 알렉스 글래드스타인 전략기획실장은 성명에서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서 탈북민 출신 기자가 남북회담 취재에서 배제되고, 북한 인권 운동가가 경찰에 체포되는 등 탈북민들의 대북 인권 옹호 활동을 막는 많은 사건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글래드스타인 실장은 “한국 내 탈북민들은 오랫동안 김정은 체제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대변하는 소수의 목소리 중 하나였다”며, 이들이 북한 주민을 대신해 계속 옹호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글래드스타인 실장] “Defectors in South Korea have long been one of the few voices for North Koreans who suffer serious human rights abuses under the Kim regime, and it is important that they can continue to advocate on behalf of those inside North Korea.”

인권재단은 이어 “문재인 정부가 북한인권법 이행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시민사회 단체들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가 탈북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지난 2014년 10월 한국 파주에서 탈북민 단체 관계자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보내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한국 파주에서 탈북민 단체 관계자들이 북한으로 전단을 날려보내고 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도 70년 간 폐쇄된 북한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외부 정보라며, 한국 정부가 이를 막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5일 VOA에, 외부 정보는 남북 화해와 통일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우리가 바깥 세계에서 북한 주민들을 지원하려면 정보 유입보다 더 중요한 게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그런 활동을 막고 중단하면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로운 통일과 남북한 주민들의 화해는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북한의 김 씨 일가는 외부 정보를 잘 알면서 주민의 눈과 귀를 막는 게 큰 문제라며, 표현의 자유가 존중받을 때 국가발전도 가능하다는 것은 한국이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개인이 자기의 의견,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해야 그만큼 사회가 건강하고, 그만큼 정치가 건강하고, 그만큼 경제가 건강하고 그 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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