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로 문민정부를 몰아내고 권력을 잡은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이 총선을 연기한 뒤 스스로 총리직에 올랐다. 흘라잉 사령관은 1일 쿠데타 6개월을 맞아 TV에 출연해 "2023년 8월까지 국가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AP연합뉴스

지난 2월 쿠데타로 미얀마를 장악한 군부 통치자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이 신임 총리 ‘셀프 취임’을 선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군부가 시민 저항을 무시하고 장기집권 계획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이날 국영 방송 미야와디 TV에 출연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준비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며 “2023년 8월에 국가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군부의 비상통치 기간을 쿠데타 직후 약속한 1년에서 최소 2년 6개월로 연장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흘라잉의 발표에 앞서 미얀마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도 성명을 내고 흘라잉 사령관이 총리를 맡게 됐다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미얀마 정치를 관찰해 온 익명의 분석가는 현지 언론 미얀마나우에 “흘라잉 사령관의 발표는 장기 집권을 위한 군부의 포석”이라며 “군부가 정부의 형태를 띠고 장기간 권력을 쥐려고 하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지난달 3일 시위대가 군복을 불태우며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65번째 생일인 이날 미얀마 곳곳에서 그의 사진과 모형 관을 불태우는 시위가 벌어졌다./AFP연합뉴스

양곤의 선거감시 단체인 ‘혼빌 오거니제이션’의 챈 리안 이사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지난번에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는 30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선거가 실시됐다”면서 미얀마 민주주가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1962년 네 윈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미얀마를 군사정권 독재의 수렁으로 끌어들인 뒤 1990년에야 첫 총선이 치러진 점을 언급한 것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장기 집권에 나선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서고 있다. 1일 양곤과 타닌타리주 시민들은 일제히 군부를 규탄하는 야간 파업 시위를 진행했다. 만달레이에서는 승려연합이 군부를 비판하는 의미를 담아 불교경전 읽기 투쟁을 벌였고, 학생연합은 민주화 의지를 담은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거리 시위를 했다.

반군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코 아웅 투는 뉴욕타임스(NYT)에 “처음부터 그들이 (권력 이양)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2023년 8월까지 비상사태를 연장한다면, 우리도 그들이 실각할 때까지 저항을 계속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