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전날 발생한 화재가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명 수색을 벌이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고립된 소방관에 대한 수색이 하루가 지났는데도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화재 진압’ 뒤 내부 ‘안전 진단’이 선행돼야 하는데,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으면서 안전 진단조차 돌입하지 못하는 탓이다.

박수종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18일 오후 2시 현장 브리핑을 통해 “2차 사고가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안전 진단을 먼저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안타깝게 (실종 소방관에 대한) 수색 자체도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건물이 불에 타 뼈대가 드러난 모습이다. /연합뉴스

소방당국은 당초 이날 안전 진단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전문가 3명을 화재 현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초진마저 쉽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문가들이 ‘이 상태로는 안전 진단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 소방관에 대한 수색도 이틀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박 과장은 “사견이지만,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기까지는 이틀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한 초진이라도 잡고 안전 진단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장 김모(52) 소방경은 전날 11시 50분쯤 인명 검색을 위해 지하 2층에 진입했다가, 창고 안에 쌓인 물품 더미가 무너지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당시 후배 4명을 이끌고 지하 2층에 진입했던 김 소방경은 지휘부의 “대피하라”는 무전 명령에도 통로를 역행해 맨 뒤편에서 팀원을 챙겨 이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센터 건물은 현재 맨눈으로 볼 때 건물 중앙부가 크게 주저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과장은 “지상 1층 바닥이 무너지면서 지하 2층까지 매몰됐다는 점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물류센터 내부가 복잡한 탓에 진화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과장은 “물건이 들어오면 지게차로 들어와서 종류별로 나누기 전까지 통로에 물건을 두는 구조라, 내부가 마치 미로처럼 돼 있다”며 “내부가 복잡한 부분이 진화가 늦어지는 일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과거에도 한 차례 불이 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2월 화재로 800만원가량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다만 박 과장은 “해당 건물이 2016년 완공됐기 때문에 중간에 그 정도 화재 한 번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오전 5시 20분쯤 시작된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약 34시간째 계속되고 있다. 전날 낮 12시 14분에 두 번째로 발령한 ‘대응 2단계’는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