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간 간부 물갈이…“조직 쇄신에 방점” vs “총장 손발 다 잘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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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주요 차장검사를 물갈이하는 인사를 단행한 23일 정부청사를 나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대검찰청 식당으로 향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얼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주요 차장검사를 물갈이하는 인사를 단행한 23일 정부청사를 나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대검찰청 식당으로 향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얼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연합뉴스

“조직 쇄신에 방점을 둔 인사.”

“검찰총장 손발 다 자른 인사.”

법무부가 23일 단행한 검찰 중간 간부·평검사 인사를 놓고 검찰 조직 안팎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법무부는 ‘검찰 조직 쇄신을 위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관련 수사를 멈추라는 메시지를 내린 것’이라며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법무부 “실무진은 남겨뒀다”

인사의 주체인 법무부는 앞서 이뤄진 고위 간부 인사와 비교해 이번 인사는 대검찰청 의견이 일정 수준에서 반영됐다고 밝혔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 굵직한 수사를 책임지던 일선 검찰청 차장검사가 모두 교체됐지만, 부장검사 이하 실무자는 대부분 유임됐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원하면 원하는 대로 수사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주요 수사와 관련된 중간 간부만 교체하고 그 이하는 논란을 키우지 않는 선에서 유임시킨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법무부 “대검 의견 부분 반영

부장 이하 실무자 대부분 유임”

‘미투’ 서지현 검사 법무부 배치

반부패 대신 형사·공판부 우대


검찰 “고위 간부 연장선상 인사

총장 의견 거의 반영되지 않아”

필수 보직, 인사 포함 안 했어야

권력 수사 길을 잃었다는 지적


대신 법무부가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 방점을 둔 건 ‘조직 쇄신’이다. 우수 여성 검사를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 주요 보직에 적극적으로 발탁하는 한편 인권감독관도 확대배치했다.

검찰 내 ‘미투’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서지현 검사는 법무부에 배치되어 법무·검찰 조직문화 개선과 양성평등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할 예정이다. ‘내부 고발자’ 서 검사에게 조직문화 개선 업무를 맡기기로 한 것은 취임 전부터 검찰 개혁을 강조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검찰 수사 과정의 거듭 불거지고 있는 인권침해 여부를 감독하는 인권감독관도 4개 지방검찰청(춘천·청주·전주·제주)에 추가로 배치됐다.

무엇보다 검찰 내 주류 세력이었던 반부패부서와 공공수사부서를 축소하는 대신 형사부와 공판부를 우대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인권과 민생 중심 업무에서 묵묵히 오래 근무한 검사 다수를 중요 보직으로 이동시켰다는 것. 법무부는 “직접수사 부서의 축소와 형사부, 공판부 확대 등 직제 개편안이 이번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이에 맞춰 업무에 맞는 역량을 갖춘 부서장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총장 손발 다 잘렸다”

법무부의 평가와 달리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이 고립됐다’라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번 인사가 한동훈 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을 대거 전보 조치했던 고위 간부 인사의 연장선이라는 시각이다.

앞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대검찰청 중간 간부들은 수사 연속성을 위해 모두 유임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지검장 아래 수사 책임자인 1~4차장이 모조리 물갈이됐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담당한 서울동부지검의 홍승욱 차장도 자리를 옮기게 됐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지휘하던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도 차장·부장검사급 4자리 가운데 3자리가 교체됐다. 실무자는 남겨뒀다지만 이번 인사로 이들 사건 수사는 길을 잃게 됐다. 공소유지나 되면 다행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인사 협의 과정에서 “대검 중간 간부 전원은 아니더라도 필수 보직만큼은 인사 대상에 포함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날 법무부의 중간간부 인사 최종안을 받아본 뒤 “동의할 수 없는 인사 내용”이라는 의견을 법무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의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총장의 손발 격인 대검 과장과 보좌해 온 실무 참모진 대부분을 바꾼 것”이라며 “이번 인사에서도 총장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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