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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말도 탈도 많은 비만치료제, 시장퇴출 수난시대

고도비만 환자 지속 증가…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0.07.20 00:28:31
[프라임경제] 10년 전 오늘인 2010년 7월20일은 비만치료제 '시부트라민' 판매가 다시 결정된 날입니다. 시부트라민은 유럽 일부 나라에서 뇌졸중과 심장마비 등 심장, 혈관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판매가 중지됐는데요. 이 같은 논란 속에도 국내에서는 판매중지 보다 '사후관리 강화'를 강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년 후인 2012년 2월, 시부트라민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데요. 퇴출과 판매중지 속에서도 비만치료제는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받으며 다양한 종류의 새로운 비만치료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2010년 7월20일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리덕틸 등 시부트라민 성분 비만치료제의 안전성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약품의 허가 범위로만 사용하면 심장 및 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시판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약사심의위는 비만치료에 대한 우리나라의 처방 및 사용 실태와 부작용 보고 등에 비춰 볼 때, 이 성분에 대해 허가사항을 지켜 사용할 경우 향정신의약품에 속하는 다른 비만치료제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판매를 중단시키기보다 사후관리를 강화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시부트라민은 비만을 치료하는 약물로, 뇌에서 신경전달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작용을 강화시켜 식욕을 감소시키고 열량 소모를 증가시킵니다. 1980년대에 합성돼 처음에는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개발 과정에서 항우울 효과는 뚜렷하지 않고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나자 방향을 전환해 비만 치료제로 개발되게 됐죠.

지난 2001년 국내에 '리덕틸'이라는 상품이 첫 출시 됐으나 부작용 논란을 겪다가 2012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한국애보트가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기 때문인데요. 2010년 부작용 논란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한 데 이어 공식적으로 이 제품의 시장 포기를 선언한 것이죠. 

◆'시부트라민' 비만약 시장 주도했지만, 2010년 판매중단

'리덕틸'은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의 약물로 '가장 안전한 먹는 비만약'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실제 국내사 30여곳이 내놓은 복제약을 포함하면 '시부트라민' 시장은 연간 500억원 정도를 형성하며 비만약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가 사용금지 의약품이 검출된 다이어트 식품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2010년 1월 유럽의약품청(EMEA)는 애보트가 진행한 한 연구를 토대로 시부트라민 성분 비만약이 '유익성보다 위해성이 크다'는 이유로 판매중단을 결정했습니다. 2003년부터 98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리덕틸을 복용한 환자 중 11.4%에서 심장발작 등 심장관련 위험성이 나타났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처음 언급했던 것처럼 국내는 이 약에 대해 퇴출이 아닌 잔류를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 미국 식품의약처(FDA)에서는 제조사가 제출한 SCOUT 보고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약물 사용에 따른 유익성보다 위험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죠.

이에 따라 '처방·사용 중지 및 자발적 회수'를 권고했고, 이를 제조사(애보트)에서 수용해 허가를 자진취하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2010년 10월14일 리덕틸 등 60개 제품에 대해 처방 및 판매가 최종 중단됐죠.

한때 1000억원을 넘어서던 비만치료제 시장이 시부트라민제제 퇴출로 침체기를 맞게 되는데요. 당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호주에 수출을 추진중이던 한미약품(128940)의 아쉬움이 더욱 컸죠. 

실제 리덕틸 퇴출 이전 2009년 1100억원대의 비만치료제 시장이 2014년 600억원대로 급감하게 됩니다. 이후 몇년간 비만 치료 처방은 이른바 '스타약'의 인기가 줄어들고 의사들의 경험적인 처방조합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죠. 

◆벨빅도 국내 시장 퇴출 결정…암 발생 위험 증가

이후 2015년 일동제약(249420)이 로카세린 성분 벨빅의 국내 독점 판매계약 소식을 전해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됩니다. 벨빅은 세로토닌2C 수용체(5-HT2C)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심혈관계 부작용 등을 회피하면서 식욕억제와 포만감 증대를 유도함으로써 체중 감량 효과를 얻는 약물로, 2012년 FDA 승인을 획득했는데요. 안전한 비만 치료제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 벨빅은 국내에는 2015년 출시됐죠. 

의약품 시장조시가관인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벨빅의 2018년 원외 처방액은 90억7600만원으로 비만약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벨빅은 시부트라민의 시장 퇴출 이후 새로운 비만치료제로 떠올랐으나 발암 가능성에 발목이 잡혔다. FDA는 올해 2월13일 암 발생 가능성을 확인하고 에자이에 벨빅의 허가 철회 및 판매중단을 권고했다. © 일동제약


하지만 벨빅은 발암 가능성에서 발목이 잡혔는데요. 2020년 1월, FDA는 로카세린 성분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발암 가능성이 관찰돼 평가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한달 후인 2월13일 FDA는 암 발생 가능성을 확인하고 에자이에 허가 철회 및 판매중단을 권고했습니다. 

FDA에 따르면 로카세린 투여군 462명(7.7%)에서 520건, 위약 투여군 423명(7.1%)에서 470건의 원발암이 진단됐고, 위약 투여군에 비해 로카세린 투여군에서 췌장암, 대장암, 폐암 등 일부 암 종류의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로카세린 치료기간이 늘어날수록 위약 대비 암 발생률 차이도 증가했죠.

FDA의 발표 하루 뒤 식약처도 일동제약의 '벨빅정' 및 '벨빅엑스알정' 2개 품목을 판매중지 및 회수·폐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의 암 발생 위험 증가 등 위해성이 유익성을 상회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 FDA 등의 조치를 참고해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리덕틸과 벨빅의 시장 퇴출로 생긴 공백은 '삭센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강남주사' '살 빼는 주사'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비만치료제 시장을 평정한 것이죠. 삭센다의 기세이 전체 시장 규모도 시부트라민 퇴출 이후 10년만에 1000억원대를 회복했습니다. 

◆삭센다 국내 점유율 1위…비만, 약물로 정복될까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 3.0mg)는 GLP-1(Glucagon-Like Peptide 1) 유사체로 허가받은 세계 최초의 비만치료제입니다. 음식물 섭취에 따라 체내 분비되는 GLP-1 호르몬은 뇌의 시상하부에 전달되어 배고픔을 줄이고, 포만감을 증가시켜 식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삭센다는 인체의 GLP-1과 동일한 기전으로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을 감소시키죠.

삭센다는 지난 2018년 3분기 17억원의 매출로 존재감을 알린 데 이어 4분기 56억원의 매출로 전체 1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20%를 넘어섰죠.  

고도비만의 경우 의학적으로나 경제적인 면에서 암과 비슷하거나 훨씬 심각한 질환으로 볼 수 있어 신약들이 개발되면 암 치료제 시장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삭센다에 이어 매출 2위에 오른 대웅제약(069620)의 '디에타민'은 지난해 전년대비 6.2% 오른 9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휴온스(243070)의 '휴터민'(62억원), 알보젠코리아의 '푸링'(53억원) 등은 국내 비만치료제 매출 상위 5위안에 들었죠. 또 알보젠코리아에서 만들고 종근당(185750)에서 유통하는 큐시미아도 주목되는 비만치료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고도비만의 경우 의학적으로나 경제적인 면에서 암과 비슷하거나 훨씬 심각한 질환으로 볼 수 있어 신약들이 개발되면 암 치료제 시장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향후 5~15년간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국내 제약사 또한 비만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미약품은 완전히 새로운 기전의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HM15136'을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공개했는데요. 이 물질은 비만 동물모델에서 기존 제품 대비 2배 이상의 높은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또 다른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HM12525A'는 지난해 얀센이 글로벌 임상 2상을 마치고 한미약품에 권리를 반환한 물질입니다. 비만과 당뇨병 동시 치료제로 개발하려던 얀센과 달리, 한미약품은 기존 약물보다 효과가 월등한 이중기전의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이죠. ​

앞으로 가장 기대되는 '비만치료제' 시장. 시장 퇴출과 기대를 받으며 우여곡절을 겪은 비만치료제 시장이 10년 후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게 될까요? 10년 후 '비만'은 정복될 수 있는 질병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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