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추락..한국 등 신흥국 경제 휘청

김성환 2015. 12. 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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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인 엠마뉴엘 이베 카치큐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왼쪽)과 압달라 살렘 엘-바드리 OPEC 사무총장이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OPEC 정례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OPEC가 이날 정례 각료회의에서 감산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기록적인 저유가 행진은 지속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가 무산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추락했다. 지난해 7월 배럴당 100달러 선이던 국제유가는 30달러 선까지 뚝 떨어졌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2.7% 떨어진 배럴당 39.97 달러에 마감했다. 세계 경제도 출렁이고 있다. 산유국은 부도 위기에 내몰렸고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로 선진국의 고민도 깊다. 이 여파로 신흥국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 산유국 자금난ㆍ선진국 디플레 우려

산유국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는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 OPEC 회의 이후 러시아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1.92bp(1bp=0.01%포인트) 오른 285bp를 보였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ㆍ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ㆍ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베네수엘라의 CDS 프리미엄이 4,243.663bp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저유가 압박으로 자금난에 빠졌다. 지난 7월 40억 달러의 국채를 발행했다.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국제시장에서 외화표시채권도 발행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사상 최대의 기초재정수지(국채 이자 제외한 재정수지)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브라질은 고유가 시대가 영원할 것으로 판단해 유전 개발에 국가재정을 과도하게 투자했다가 큰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진행되고 있다. 국가 재정 악화로 물가는 두자릿수 수준으로 치솟고, 경제성장률은 사상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디플레이션이 부담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잡고 있다. 그러나 저유가 현상으로 물가가 하락하면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미국 역시 저유가로 인한 물가하락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적신호가 켜졌다. 고용과 경제 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만큼은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 자금 유출ㆍ해외수주 감소…신흥국 경제 적신호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도 적신호다. 자금난에 빠진 산유국들이 기름을 팔아 전 세계에 투자했던 자금을 본격 회수한다면 신흥국들은 자금 유출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들어 한국 등 아시아 7개국 주식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특히 신흥국의 펀드자금 유출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 통화청(SAMA)이 최근 6개월간 최대 약 700억 달러의 순해외자산을 회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정이 약해진 산유국들이 각종 건설, 플랜트 등의 프로젝트 발주를 취소하거나 연기한다면 해외건설 수주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실제로 해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무역보험 지원액이 지난해 보다 소폭 줄었다.

저유가와 국제경기 둔화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연초 4%에서 현재 2.5%로 내려앉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올 하반기 들어 하향세로 돌아섰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가와 매출액이 연동되는 조선, 건설, 기계 등의 산업이 부진에 빠진 것"이라며 "저유가 현상이 이어진다면 이들 업종의 비중 큰 한국 경제의 성장률 역시 내년에도 2%대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며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하락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작년 12월 약 1,827원에 달하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약 1,456원까지 떨어졌다. 1,350원 이하인 주유소는 전국 50개에 이른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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