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은 강원대학교 겸임교수 칼럼

비 오는 아침 우산을 펼치기 전에 매미 소리가 들린다. 다시 한번 하늘을 보니 가랑비가 내린다. 며칠 못 울고 갈까 싶은 매미는 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보통 유충 기간이 3년에서 7년인데 반해 미국산 십칠 매미는 13년에서 17년까지 유충 생활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십일에서 한달 반 정도 사는 성충 매미가 되기 위한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매미는 이것 말고도 특징이 또 하나 있다. 매미는 짝을 짓기 위해 우는 소리가 너무 커서 자기 자신의 청력을 잃을까 스스로 자기 청각을 끄고 켤 수 있는 재주가 있다는 것이다. 실재 매미가 귀를 닫으면 대포를 쏴도 매미는 꼼짝을 안한다. 이런 매미가 중국에서는 진귀한 식 재료를 일컫는 팔진 에서도 매미의 배가 최고로 꼽히기도 한다. 이유는 매미가 쉬지 않고 계속 울고 그 과정에서 배를 움직이는 것에서 배에 생명력이 넘쳐 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와 연관된 뉴스 외신 보도를 소개 하자면 2020년 9 월24 일 일본 도쿄 공원에서는 매미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다. 평소에는 매미 소리로 가득해야 하는 도쿄의 한 공원에서는 매미가 자취를 감추었고 "매미를 잡지 말자"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신원미상의 사람들이 매미를 대량으로 잡고 있다는 민원이 자치단체에 접수되어 조사를 해보니 한 곤충 전문가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매미의 맛은 아는 사람은 안다"며 매미의 식용 채집 가능성을 제기했다. 결국 진범을 잡지 못한 네티즌 수사대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에서 곤충 요리를 찾는 미식가들과 곤충 자동판매기 업자들을 의심하는 데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과연 매미의 맛은 어떨까? 매미를 먹어본 사람의 맛 후기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먹을만 했고 오이나 수박을 먹는듯한 향에다 약하게 느껴지는 단맛까지 곤충계의 은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애 매미도 먹어봤는데 오이 수박 말고도 생 밤향이 난다. 다음번에 참 매미를 다시 먹어볼 기회가 생긴다면 생 밤향이 애 매미에게만 나는지 참매미한테서도 나는 건데 전에는 몰랐는지 알아보겠다. 이 후기는 여러분도 잘 아는 파브르의 곤충기의 저자인 "장 앙리 파브르"가 책에 기록한 글이니 굉장한 별미가 아니더라도 특이한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경험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듯하다.

매미처럼 자기 귀는 닫고 시끄러운 소음을 끊임없이 내뱉으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인간, 모든 식물의 즙액을 빨아 먹고 사는 해충으로 살아가는 인간, 일생 99% 미성년자로 살다가 어른으로 한 달 반만 살다 갈 것처럼 온갖 권력을 휘두르며 사는 인간 17년 동안 지하에서 꿀 빨다가 한 달 반 살다 가는 비운의 주인공 코스프레 하는 인간, 매미의 천적으로는 새 다람쥐 거미 고양이 개 심지어는 물고기까지 매미를 잡아먹는다고 한다. 3000여종이 넘는 매미가 천적에게 잡혀 먹히더라도 수십억 마리를 한꺼번에 없엘 수는 없다. "장 앙리 파브르"가 저승사자로 환생해서 이런 매미 같은 인간들을 식용으로 처리하는 상상을 하면 너무 잔혹한가 말이다.

실제 2021년 6월 미국에서 수십억 마리 매미로 뒤덮이는 소동이 일어나자 매미를 재료로 한 타코, 피자, 쿠키 등등 각종 매미 요리를 먹어서 수를 줄이자는 켐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매미는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한 음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다면 주의 하라는 미국 식품 의약국(FDA)은 특이한 경고문을 트위터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2022년 8월 5일 
광화문 나무 그늘 아래 너무 더운 날 매미 소리 들으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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