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팔고 자전거 세차 .. 아라뱃길 불법 노점 몸살

최모란 2015. 10. 2.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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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객 크게 늘자 장사꾼 몰려주말엔 100여 개, 주차장 등 점령18km 운하 구간에 휴게소 5곳뿐이용객들 "합법 편의시설 늘려야"
국가하천으로 지정된 경인 아라뱃길이 불법 노점상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라뱃길 계양교 밑 광장에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들이 줄지어 서있다. [최모란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경인 아라뱃길 아라파크웨이 마당 주차장.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소한 기름향이 풍겼다. 인근 노점 트럭에서 김치전을 부치는 냄새였다. 그 옆에는 막걸리·소주와 장어·돼지껍데기를 파는 트럭부터 아이스크림·팥빙수·커피를 파는 매장까지 노점상 20여 곳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노점상마다 파라솔을 펴고 간이의자와 탁자를 설치해놓아 주차장 한쪽은 시장통을 방불케했다.

 주변에 ‘아라뱃길은 불법 노점 금지구역’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안내 간판이 걸려 있었지만 다들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로 오세요”라며 큰소리로 호객 행위를 했다. 이로 인해 정작 주차장에 들어왔던 차량들은 다른 주차장을 찾거나 이면주차를 해야 했다. 김신호(65·인천 계양구)씨는 “오늘은 그나마 노점상 수가 적은 편”이라며 “주말이나 공휴일엔 주차장 절반이 노점상으로 가득 찬다”고 말했다.

 경인 아라뱃길이 불법 노점상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라뱃길은 인천 앞바다와 서울의 한강을 연결하는 18㎞ 길이의 운하다. 2012년 5월 개통한 아라뱃길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요트·보트를 탈 수 있는 선착장, 자전거 도로 등을 갖춰 하루 평균 1만3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이곳에 노점이 들어선 것은 개통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먹거리 등을 파는 곳이 아라뱃길 남·북부휴게소 5곳밖에 없자 노점상들이 몰려들었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확인한 노점상만 50여 곳. 주말과 공휴일엔 100곳에 달한다. 초기엔 아이스크림이나 핫도그 등 간단한 음식을 파는 노점이 대부분이었다가 최근엔 노상 주점에 자전거용품 판매 노점과 자전거 세차장까지 들어섰다.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것은 기본이다. 아라뱃길은 국가하천으로 지정돼 있어 주변에서 야영·취사나 노점 행위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 노점상들은 하천 앞까지 내려와 음식을 만들고 자전거 세차를 한 뒤 오물을 하천에 버리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시천교 남단 광장에선 새벽까지 이어지는 노상 주점 취객들의 고성방가에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주민 강지원(25·여)씨는 “저녁에 가족들과 산책을 나왔다가 노점에서 버린 음식물 쓰레기와 취객들이 토한 흔적에 비위가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K-water는 이런 폐해를 없애기 위해 지난달 서구 가족소풍마당과 계양구 등대공원 등 2곳에 푸드트럭을 설치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가족소풍마당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고명수(38)씨는 “노점상들이 역 주변과 광장 등 사람들이 많이 오는 길목을 점령하고 있어 합법적인 푸드트럭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주민 권우종(63)씨는 “편의점과 푸드트럭이 부족하다 보니 바로 눈 앞의 불법 노점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며 “편의시설을 대폭 늘리고 환경을 파괴하는 노점에 대한 단속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라뱃길 관리 주체인 K-water는 단속 권한이 없다 보니 노점상들을 대상으로 계도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K-water가 올해 8월까지 실시한 노점상 계도 건수만 3720건으로 지난해 1504건보다 2.5배가량 늘었다. 이 중 상습 적발된 노점 6곳은 해당 구청에 의뢰해 검찰에 고발 조치한 상태다.

 오종석 K-water 문화관광팀 차장은 “지난달에도 아라뱃길에서 노점상 40여 곳을 계도하고 1주일의 자진 철거 기간을 명시한 경고장을 붙였지만 대부분 다시 떼어내고 영업을 하고 있다”며 “단속 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불법 노점상들을 상대로 행정대집행을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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