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현, '특별출연'만으로 증명한 엄청난 화면 장악력

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입력 2022. 9. 21. 10:44 수정 2022. 9. 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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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작은 아씨들' 추자현, 사진제공=tvN

특별 출연. 단어 그대로 '특별한' 출연이다. 배우 추자현이 2022년 9월을 사로잡은 화제의 드라마에 두 편에 특별 출연으로 연달아 등장, 강렬한 존재감으로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이야기의 흐름상 두 작품 모두 (거의) 극 초반에 등장한 추자현.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가 연기한 캐릭터의 잔상은 더욱 또렷해진다. 등장 분량이 배우가 연기를 펼치는 데에 꼭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란 걸 증명했다. 특별 출연으로 자신의 화면 장악력을 증명한 셈이다.

먼저 추자현은 지난 3일 막을 올린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극본 정서경, 연출 김희원)을 통해 시청자와 만났다. 가난해도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700억 원을 둘러싸고 유력한 가문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리는 이 드라마에서 추자현이 연기한 인물은 건설회사 경리로 일하고 있는 첫째 오인주(김고은)의 유일한 직장 내 절친이자 또 다른 왕따 진화영. 그는 '왕따끼리 친하면 더 미움 받는다'라며 오인주를 설득, 회사에선 모른 척하며 은밀한 친분을 유지한다.

오인주의 시선으로 본 진화영은 이보다 더 똑 부러질 수 없다. 회삿돈을 다루는 직업(경리)을 가졌기에 다른 사람들 눈에 사치스러운 모습이 드러나면 좋을 게 없다며 누구보다 허름한 모습으로 회사에 다녔던 것. 하지만 회사 밖에서 만난 진화영은 국내에 세 피스 밖에 들여오지 않은 구두를 신고,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익숙하게 식사를 즐기는 인물이다. 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도 철저한, 똑똑하고 닮고 싶은 언니다.

그런 진화영의 눈에 오인주는 어리다. 어릴 때부터 잘하는 것 없이 남자에게 인기만 있었기에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걸 꿈으로 삼았다는 것(그로 인해 사기 결혼 당하고 이혼했다)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였을까, 진화영은 돈을 좋아하지만 세상 물정에는 어두운 오인주가 차가운, 하지만 가진 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세상에 눈뜨고 익숙해질 수 있도록 조력자를 자처한다.

이처럼 서로에게 비밀이 없는 줄 알았던 사이건만, 1화 말미 진화영은 오인주에게 20억 원 현금다발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후 오인주는 진화영의 흔적을 찾으려, 그가 남긴 20억 원을 지키려 발버둥 치다 드라마의 중심 이야기에 도달한다.

추자현은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작은 아씨들'을 통해 의구심과 신뢰감을 동시에 안기는 진화영이란 인물의 양면적인 모습을 설득력 있게 펼쳤다. 또 이야기의 중심 줄기로 주인공을 데리고 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작은 아씨들', 그 이야기의 포문을 연 추자현의 특별한 출연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케 하는 커다란 요소가 됐다.

'수리남' 추자현, 사진제공=넷플릭스

여기에 추자현은 지난 9일 공개된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 '수리남'(극본 윤종빈 권성휘, 연출 윤종빈)에서 강인구(하정우)의 아내 박혜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극중 박혜진은 "결혼하자"는 전화를 받고 당장 짐을 싸 들고 강인구의 집으로 들어온, 두 명의 어린 시동생이 딸린 결혼 생활을 받아들인 조건이 그저 '주일에 교회 가기' 였다는, 돈을 벌기 위해 가정을 두고 해외로 건너간 남편과의 통화에서도 그저 '교회 다녀왔느냐'고 묻는 인물이다.

'수리남'에서 박혜진의 모습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남미 국가 수리남을 배경으로 마약 대부와 누명을 쓴 민간인, 국정원 등의 이야기를 그리는 이야기인데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강인구 아내' 캐릭터가 많이 노출될 리가.

그럼에도 '수리남' 속 추자현은 등장부터 눈길을 끈다. 직전에 공개된 '작은 아씨들'에서의 캐릭터가 워낙 강렬했기에, 또 전작들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들이 워낙 호락호락하지 않았기에 '수리남'에서 추자현이 특별 출연임을 알았음에도 '그냥 나왔을 리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든 탓이기도 하다. 예상대로 등장부터 평범하지 않았고, 예상만큼 전체적인 이야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진 않았지만, 역시 그의 존재감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극 초반, 그리고 극 말미에만 모습을 드러내지만, 짧은 등장에도 박혜진의 생활력과 단단함, 홀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또 아이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버텼을 무게 등이 화면 너머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짧은 등장에도 시청자를 매료시키는 추자현의 화면 장악력은 사실 하루아침에 완성된 게 아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만 봐도 여러 작품에서 만난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한 땀 한 땀 쌓아 올렸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에서 새롭게 시작해 쌓아 올린 명성도 익히 들어왔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추자현은 언제 어디서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마주해도 마치 원래의 자신인 듯 스며들어 연기한다는 것. 물론 여기에는 그의 탄탄한 연기력도 한몫 단단히 하며 그를 빛내고 있다.

그래서 궁금하다. 추자현의 다음은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가 될까. 무엇으로 만나든, 제대로 빠져들 준비는 이미 마쳤다. 혹시 또 다른 '특별 출연'이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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