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Book

학교의 탄생

학교의 탄생

 

이승원 지음, humanist

 

재미난 책이다. 무심코 들었다가 부족한 내 생각을 넓혀주는 계기를 찾았다. 19세기말 20세기초, 은둔의 나라 조선은 세계를 향해 속살을 내보였고 그 이후로 세계사 속에 거칠게 뛰어들었다. 좁은 세계만으로 만족하던 교육은 더 넓은 세계를 바라는 젊은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해야 했는데, 서당과 향교 그리고 성균관을 대체하는 근대적 학교의 탄생은 어쩌면 역사의 필연이었을 것이다.

 

세도 정치 폐해로 인해서 조정이 엉망이 된 상황에서 흥선대원군이 고종을 통해서 집권을 하게 되면서 나라가 점차 안정을 찾아 갔으나, 망조가 든 나라에 어찌 우환이 없을까. 사원을 철폐하고 관헌의 기강을 바로 잡으려는데 난데없이 서양 오랑캐들이 출몰하여 대문을 열어제치라고 하니, 황망한 가운데 1876년 일본을 선두로 통상조약을 맺게 되었다. 고종이 이때 좀 정신 빨리 차렸더라면 괜찮았을텐데, 아버지와 마누라가 된통 싸우는 바람에 갑오경장때까지 허둥대기만 했다. 갑오경장 때 정신 좀 차릴려고 했더니만 마누라가 일본 놈들한테 비명횡사하고 목숨까지 위협을 했다. 이런 정신없는 와중에 외국에 공부하라고 보내 놓은 넘들은 허구헌날 도성 밖 광장에 모여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떠들어 대니 아무래도 직접 애들을 움직여야 할 거 같으니 황국협회를 조직하여 보부상들로 하여 일을 처리하게 했다. 이래저래 싸우다보니 어느 틈에 일본 놈들이 들어와서 나라 보호해 준다고 하네.

 

근대적인 학교는 어떻게 해서 설립이 되었을까. 선교사, 선각자, 정부 등 매우 다양한 주체가 학교를 설립했고 또 교육을 했다. 처음에는 한문을 배워야 한다고 내빼던 사람들이 어느새 부국강병과 황상의 안위를 위해서 너도나도 달려들었다. 하지만 개혁과 개방으로만 나아가니 보수쪽에서 열심히 반대를 하기 시작했다. "내 목은 베어도 내 머리는 어림도 없다" 작금의 어느 단체에서 떠들어도 무방할 법한 어구가 육혈포 불꽃 나오듯 터지니, 일백 년전 조선 땅이나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나 어찌 환경이 이리도 다르지 않는가.

 

어느새 학교는 권력과 정부에 순종하는 세력을 키우는 곳으로 변질되었고 그에 반하는 학교는 이래저래 압력을 넣어서 문을 닫게 만들었다.

 

책을 덮고 나니, 현 정부가 저렇게 국민을 탄압하는 모습이 일제 미청산으로 인해서 생긴게 아니라는 진리 아닌 진리를 깨닫고 가슴아픈 역사을 돌이켜 볼 수 밖에 없었다. 권력을 쥔 자는 언제든지 귀를 여닫을 수 있고, 지나치게 바른 소리만 하게 되면 결국 권력은 귀를 닫게 된다. 앞 문단에서 고종의 아픔을 말했지만, 결국 조선의 멸망을 이끈 자는 다른 사람도 아닌 고종이었다.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민초들의 목소리를 저버리고 보신하려는 권신들의 말에 혹하여 프랑스의 삼부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당한 목소리를 힘으로 짓밟아 버리니,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 사이 그 황금같은 시기를 "날려 버린" 것이다.

 

이 책은, 2008년에 출간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책 한켠에 2008년 상황과 전혀 다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었다. 그걸 왜 또 망각하고 있었던가. 지금이 민주화 시대라고 하지만, 언제든 독재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Comments

마초맹기 2008.10.24 11:00
도서관에 있는지 한번 확인해봐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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