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Book

조선국왕 이야기

도서출판 혜안
임용한 지음


조선국왕 이야기 대표 이미지


조선은 실로 대단한 나라다. 500년 가까이 왕조를 유지한 조선이 대단한 이유는 극도로 발달한 정치체계에 있다. 조선국왕 이야기는 극도로 발달할 수 밖에 없었던 조선의 정체체계 정점에 서 있는 역대 국왕의 이야기이다. 그 국왕에 대해서 임금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게 없는데 지은이 임용한씨는 그 안타까움을 이렇듯 책으로 펴내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이다.
지난 해에는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란 책을 봤었다. 나는 조선에 대해서 무지하였음을 그때 알았다.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시대의 전 왕조에 대해서 내가 너무 몰랐다는 사실에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말만 하였음을 반성하였다. 이번에 "조선국왕 이야기"를 읽으면서 또 한번 놀랐다. 내가 정말 모르고 있는게 많았고 단편적인 역사교과서와 같은 지식으로 내가 조선을 알고 있었음을 반성했다.
태정태세문단세로 시작하는 조선의 국왕들은 '조', '종'을 씀에도 불구하고 건원칭제를 못했다. 19세기말에나 와야 고종이 청일전쟁에서 패한 청나라가 철수하자 건원칭제하고 대한제국이라고 내세웠지만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던 1392년 그때 그 시절에는 감히 건원칭제를 할 수가 없었다. 바로 앞 왕조 고려만 하더라도 원에 굴복하기 전까지는 떳떳하게 건원칭제하던 나라였고 원이 스러지고 명이 뜰때 하찮은 명이 대든다고 정벌까지 생각할 정도로 기개가 대단한 나라였지만 이성계가 세운 조선은 이른바 역성혁명으로 인해 지배층의 기반이 약했고 최대한 나라를 안정화시켜야했기 때문에 매우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조선 대대로 이 문제는 사대근린외교라는 형태로 나왔다는데 이를 현실적인 이해로 접근하기에는 그간 국사책이 너무 부실하였던 면이 많았다.

이 책에는 태조에서 예종까지 여덟 왕의 이야기가 있다.
태조이야기. 부제가 정말 환상적이다. 북방의 고동소리. 태조 이성계의 선조가 어찌하여 저 먼 함경도에 갔으며 어찌하며 원에 협력하게 되었고 어찌하여 고려에 등용될 수 있었는지 설명을 한다. 용비어천가에서 "기산 옮아샴도 - " 부분이 왜 그런 이유를 달게 되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한때 이성계의 선조는 고려에서 도망자였다. 아니 도망자 집안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하겠다. 하지만 그때 도망간 이유 역시 무신정권 하에서 고려가 겪고 또 고려의 백성들이 겪어야 했던 점이라고 한다면 그다지 특이하지 않다는 저자의 설명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가문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이성계의 선조들은 확실히 대단한 면이 있었다. 그 정도 저력이 있었고 또 그 정도 지도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문으로서 조선을 열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성계 역시 대단한 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백전백승의 무장이고 부하들의 마음 사로잡기에 주저함이 없었으니 남아 대장부 한 생이 이정도면 어찌 부족하다 할 것인가.
두번째 정종의 이야기. 그야말로 얼떨떨하게 물려받은 왕위로 몇년 재위에 있었지만 이제까지 알고 있던 이미지와는 달리 그래도 한 일이 많았다. 왕의 의도대로 정치가 가지 않은 면은 있지만 호랑이 같은 동생에게 목숨을 부지하려던 또 부지해야만 했던 그 모습에 조금은 연민이 들었다.
세번째 태종의 이야기. 태종이라고 묘호를 붙인 것은 아마도 당 태종 이세민과 경쟁의식이 들어서 썼을 거라고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역시나 이 책에서 읽으면서 느낀 바 마찬가지였다. TV 역사물에서 태종을 호랑이로 비유했으나 이 책의 저자는 태종의 모습을 일반적인 정치인과 다르지 않게 묘사했다. 아버지가 세운 나라를 계승하려는 노력은 결국 자기 아니면 안된다는 자아도취적 발상으로 이어져서 형과 동생들을 죽이고 아버지에게까지 한을 지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아버지의 선례를 무척 잘 참고하여 후계자 문제를 무척이나 엄정하게 다루었다. 냉정하게 후계자를 선택하고 후계자수업을 철저하게 한 결과 조선국 500년의 토대를 다졌다고 할 수 있다.
네번째 세종의 이야기. 실로 대단한 왕이 아닐 수없다. 꼼꼼하고 세세하며 정치적 수완도 뛰어나서 신하들을 요리조리 잘 다루었다. 무엇보다 조선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왕이었다. 세종에 대한 이야기는 그 분야가 너무 방대하여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다. 다만 세종의 업적은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의 발판 아래서 또 직접적으로 태종의 지도와 지시를 받으면서 이룬 것이며 그리하여도 세종의 위엄에는 전혀 손상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종이 이룬 것 중에 역시 특기할 만한 점은 후계자 교육을 철저히 했다는 점이다. 비록 의도와는 무관하게 큰아들 문종이 재위 후 얼마 되지 않아서 건강 문제로 세상을 떴지만 철저한 교육 덕에 아들 문종과 손자 단종이 제왕으로서의 면모를 잘 갖추었다는 것이다.
다섯번째 문종의 이야기. 나는 문종이나 예종이나 짧게 살다가 간 왕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다르게 생각할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문종은 세자로서 왕의 명령을 대신 수행한 세월이 길었다. 다시말해서 세종의 후반기 치세는 문종의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다만 직접적으로 왕이 되어 다스린 기간이 짧을 뿐이었다. 보통 "문"자가 들어서 문약하다고 생각하기 쉬웠는데 그다지 문약이라기보다 동생 세조가 워낙 무식하게 튼튼한 몸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인 표현이 아닐까 한다.
여섯번째 단종의 이야기. 전설이나 야사가 가장 많은 왕일 것이다. 어린 나이에 비명횡사했거나 아니면 자살을 강요받고 죽었겠지. 아버지 문종의 뒤를 잇기에는 너무나 어렸기 때문에 또 주변에 쌓인 온갖 종류의 인간들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야심만만했던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운했거나 안쓰럽다고 하여 전설화시키는 것은 무리가 많다.
일곱번째 세조의 이야기. 예전에 TV에서 봤을때에는 뭔가 야심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흉악한 왕위찬탈자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저 증조할배 태조나 할배 태종의 겉멋만 따라하려는 조금은 수준이 떨어지는 송강호식 왕이었다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세종이 매우 섬세한 왕정을 펼치려고했다면 문종은 그 섬세함을 보완하려고 했고 그래서 정반대의 성격인 수양대군에게는 왕위를 넘겨주지 않으려 했던 거 같은데 역사의 수레바퀴인가 뭔가는 그리 돌아가지 않았나보다. 아마 이건 태조 이성계가 사람을 많이 죽이고 태종 이방원이 살상을 많이 하여 후손들이 가져야할 업보였을 거라 믿는다. 결국 세조의 칼날 아래 조카와 수많은 종친, 동생까지도 죽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보통 군사혁명을 일으킨 자들이 세조를 추종한다는데 똑같이 무식한 것까지 추종을 했다는 기록은 없지만 그래도 그것까지 같이 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배울 걸 배워야지.
여덟번째 예종의 이야기. 문종때도 좀 이야기를 했지만 요절한 왕에 대해서 조금은 생각을 해야겠다. 문종은 그래도 40대를 바라보는 중에 죽었지만 예종은 꽃다운 스물에 죽었으니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시절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었지 않은가. 헌데 여기 일찍 죽었다고 다들 기뻐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데 그게 재미있다. 예종은 스타일이 세조하고 똑같다. 아니 더 심하단다. 세상에 송강호보다 더 심하다는데 할 말이 없다. 남이의 옥사. 남이섬의 전설을 대부분 잘 알 것이다. 남이가 똑똑하고 잘 나서 억울하게 죽었다는 이야기만 봤었는데 남이가 죽을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잘 난 건 좋지만 지나치게 자만하면 해꼬지 당한다. 어쨌건 예종도 한 시대를 이끌었던 왕임에는 분명하다. 그 시대가 짧아서 그렇지.

요즘 들어 읽을만한 역사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기쁘다. 이 책 이후에 예종 다음 왕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거 같다. 읽어보시라. 왕도 인간이다.
세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보통 인간은 자기 하나 책임지기도 버겁다. 그런데 조선시대 국왕들은 자기가 원한 것도 아닌데(태조 이성계 빼고. 아 태종 이방원 추가) 자기 밑에 딸린 애들을 책임져야 한다. 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면 연산군같이 엄한 왕이 되어 후세에도 길이길이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며 얼마나 괴로웠을 것인가. 고종과 순종을 생각해보라. 선조가 내린 위업을 자기 대에 끊어버린다고 생각해보라. 그런 면에서 생각할 바가 많은 책이다. 요즘은 공화정이니 대통령이 그 위치를 대신한다. 이제까지 위정자는 조선의 왕들만큼 백성을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니 고민을 많이 했을 수도 있겠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위정자가 있을까. 여하튼 역사는 과거를 오늘로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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