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권박, 이름 없는 여성들을 부르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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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이해할 차례이다』 가 ‘민음의 시’ 266번으로 출간되었다. (심사위원 김나영, 김행숙, 하재연) “메리 셸리와 이상이 시의 몸으로 만났다”는 평을 받은 시인 권박은 현실에 발 딛고 서서 시적 상상력으로 현실의 구멍들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시인이 사는 세상은 여전히 여성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사회이고, 여성에게 제한된 역할만을 부여하는 공동체다. 시인은 이 공동체에 속하기를 거부하며 기꺼이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괴물이 된다. 시인은 각주를 통해 현실을 속속들이 드러내고, 세상과 불화했던 여성 시인의 계보를 잇는다. 뒤틀린 얼굴을 한 채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대화를 제안한다. 이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우리가 받아든 것은 아름답지 않은 방식으로 짜깁기된 피의 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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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수영 문학상 수상 축하드려요. 투고부터 당선, 시집 출간까지의 과정을 간단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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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2개의 엿을 주었어요. 하나는 합격 기원 사막 엿이고 또 하나는 합격 축하 북극 엿인데요. 투고 전에 준 합격 기원 사막 엿은 질척질척 흘러내리기만 하여 쭈-우-우-욱- 늘어지기만 했는데, 당선되었을 때 준 합격 축하 북극 엿은 얼어서 딱딱해 딱! 후다닥!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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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을 보면, 시집을 출간하면서 ‘권민자’에서 ‘권박’으로 개명을 하셨어요. 개명하게 된 계기와 새로운 이름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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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여성 작가 역사를 연구하며, 여자이기 때문에 이름을 없애야 했거나 남자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여성/여성 작가들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고, 이름이 여성/여성 작가 역사의 키워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을 넘어 작가로서, 쓰고 싶은 것에 대해 숙고해야겠다고,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므로, 이름을 없애고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을 같이 쓰자, 결정했습니다. 이름 없는 이름, “권박”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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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 눈에 띄는 특성 중 하나가 각주입니다. 특히 「마구마구 피뢰침」에는 문학 작품, 논문, 신문 기사를 인용한 21개의 각주가 달려 있는데요. 시에 각주를 기입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습니다. 또 각주를 시의 요소 중 하나로 사용하시면서 염두에 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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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피뢰침」은 3여 년에 걸쳐 쓴 작품인데요. 이미 많은 여성 작가들이 폭발적이면서도 정교하게 여성의 피해를 고발하는 시를 썼고, 그렇기에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시를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만의 방식으로 시를 쓸 수 없을까 고민하면서 일단 여성/여성 작가에 대해 공부하자 다짐했죠. 그래서인지 여성/여성 작가의 이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공부한 것을 정리하며 어떻게 시로 잘 쓸 수 있을까 모색하다 보니, 시도 소설도 논문도 신문 기사도 아닌 ‘괴물’ 취급을 받을 만한 글을 쓸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드는 거예요. 그럼에도 ‘괴물’ 취급을 받을 만한 글을 쓸 수밖에 없겠다, 그런 글을 쓸 수밖에 없음을 시로써 이해시키자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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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과정에서 2017년 현대시학 9?10월호에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 「트집의 트로 끝나는 사전」을 발표했는데, 발표하고 나서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는 설명이 좀 더 필요하고, 「트집의 트로 끝나는 사전」은 감정을 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를 퇴고하면서 각주에 대해 고민하고, 「트집의 트로 끝나는 사전」을 퇴고하면서 감정 조절에 대해 고민한 것이 「마구마구 피뢰침」을 쓰는 바탕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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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썼지만 발표 지면을 얻지 못해 묵혀 두었던 「자정은 죽음의 잉여이고」를 자주 꺼내 보았던 것은 제가 처음으로 시에 각주를 썼던 작품이기 때문이었는데, 저는 제 작품 중에 「자정은 죽음의 잉여이고」를 제일 좋아해요. 각주를 쓰는 것 자체에 고민이 깊었지만 시로 잘 쓸 수 있다고 믿어 보자고 다짐하며 「마구마구 피뢰침」을 썼어요. 제 시에 나오는 각주는 문학 작품, 논문, 신문 기사를 인용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을 시로 재탄생시켰기에 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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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를 보면 많은 여성 작가들의 시와 소설이 언급되는데요. 시를 쓰실 때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작가나 작품을 꼽아 주신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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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때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을 읽고 중학교에 다니는 내내 도스토옙스키를 끼고 살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도스토옙스키 작품 전반에 걸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죄와 벌』?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지하로부터의 수기』 (!) 그리고 많은 여성 작가들이 떠오르는데,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작가는 최승자이고,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작품은 실비아 플라스의 「아빠」와 그의 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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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문학상 심사를 맡아 주신 김행숙 시인의 심사평 중 “초현실주의와 페미니즘의 만남”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 말대로, 시집에서 여성이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강력한 문제 제기와 삶과 죽음을 사유하는 초현실적인 상상력이 느껴졌어요. 젠더 문제, 삶과 죽음. 시인께서 평소 고민하는 부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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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이불 하이킥을 매일매일 해요. 관계가 어려워서요. 가족도 어렵고, 친구도 어렵고, 남자도 어렵고, 여자도 어렵고… 관계가 어려운 이유는 말을 잘 못해서예요. 말을 잘 못한다고 말하면 “네가?” 반문하는 사람이 많은데… “말이야 잘하죠. 그런데 왜 그렇게 말하지? 라는 생각을 말하는 저도 하고 말을 듣는 사람도 할 정도로 말을 이상하게 하잖아요.” 말하면, “아…” 수긍하죠. 저의 글을 먼저 본 사람은 저의 말을 신기하게 보고 저의 말을 먼저 들은 사람은 저의 글을 신기하게 봐요. 말과 글의 차이가 너무 심해서요.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글을 쓸까, 그런 글 쓰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말할까. 사석에서는 그나마 나은데 공석에서는 진짜 심각해요. 말할 때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고,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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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집에서 이불 하이킥을 매일매일 하면서 제가 했던 말을 복기해요. 복기하면서 상상해요. 그렇게 말하지 말고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이렇게 말했으면 어떻게 달라졌을 거다. 여전히 말은 잘 못하지만 어느 순간 복기하고 상상하는 과정이 글 쓰는 것과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제가 젠더 문제, 삶과 죽음을 주요하게 쓰는 이유는 그러한 관계의 어려움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요.

시집에 실린 60편의 시 중 가장 아끼는 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아끼는 구절도 함께 소개해 주세요.

가장 아끼는 시는 「자정은 죽음의 잉여이고」이고, 가장 아끼는 구절은 「방」의 “금지(禁止)에서 금지(金地)가 되어 가는 사람에게서 나는 종교 없는 믿음을 발견한다. 늘 난항인 발견에 예를 갖추는 사람이 되도록 한다. 유독(幽獨)하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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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이자 권박 시인의 첫 시집입니다. 첫 시집 출간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앞으로의 계획도 함께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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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할 때는 다행이다! 좋아했는데 등단 이후 등단 이전보다 더 힘들어서 그런지 김수영 문학상 수상하고 나서 첫 시집을 출간하기까지 큰일이다! 걱정만 했어요. 앞으로 한동안 큰일이다! 걱정만 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쓰고 싶은 글을 썼고 힘들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앞으로도 쓰고 싶은 글을 쓸 거예요. 첫 시집에 싣고 싶었지만 퇴고가 덜 되어서 싣지 못했던 발표작들을 퇴고하는 한편 구상해 놓기만 했던 몇 편의 작품을 자신감을 가지고 쓰고 있는 중이에요.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하고 싶고, 그보다 앞서 박사 논문을 마무리 짓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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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박


1983년 포항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1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이해할 차례이다』로 제38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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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차례이다권박 저 | 민음사
시인은 각주를 통해 현실을 속속들이 드러내고, 세상과 불화했던 여성 시인의 계보를 잇는다. 뒤틀린 얼굴을 한 채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대화를 제안한다. 이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우리가 받아든 것은 아름답지 않은 방식으로 짜깁기된 피의 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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