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단독 기고] ‘마스다 미리’와 ‘수짱’의 특별 대담

이대로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없이 할머니가 되는 거야?

30대 여성들의 섬세한 감정을 따뜻하게 표현해온 4컷 만화 <수짱> 시리즈.

최신판 발매 전에 저자인 마스다 미리 씨와 주인공 수짱이 대화하는 출간 기념 특별 대담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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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저, 이제 마흔 살인가요?”


마스다 : “네,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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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오랜만이네. 얼마 만에 만난 거지?


수짱 :? 『수짱의 연애』 이후니까 7년 됐나. 이번에는 내가 마흔 살이 되었어.


마스다 : 처음 만났을 때의 수짱은 서른넷이었지. 변했다고 느끼는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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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얼굴이 변했어(웃음). 초기의 나는 눈 사이가 좀 더 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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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나이가 들면 얼굴도 변하는 법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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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난 이제 안 나오나 생각했는데, 어느 밤에 갑자기 원고용지로 불렀지. 신작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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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이후의 이미지는 계속 머릿속에 있었어. 마음가짐이라면 ‘사십대 마지막에 그리겠다고 생각했다’가 가장 정확할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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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40대는 어땠어?


마스다 :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총평은 ‘재미있었어.’일까. 여행도 많이 했어. 그리고 나이 들기 위한 준비 같은 십년이었다고도 할 수 있어. 처음에는 차갑게 느껴지는 풀장도 수영하는 동안 익숙해지잖아? 갑자기 물속에 던져지면 허둥대겠지만. ‘청년’과의 결별을 그 10년 동안 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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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시리즈 첫 작품인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에서, 내가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 무렵의 나는 아직 서른넷.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아줌마가 아니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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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근무하던 카페에서 어린 알바생에게 했던 말이지? ‘나도 아줌마 다 됐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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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청년에게 ‘젊음’의 우월감을 갖게 하는 건 중요한데, 왜냐하면 ‘젊음’을 부러워해주면 자신의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으니까, 라고 했지.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어?


마스다 : 그럼 있지. ‘젋네, 좋겠다~’라고 자주 말해. 나도 젊었을 때 그런 말 들으면 기뻤으니까, 말하자면 전통을 잇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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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구나~ 지카는 젊어서 모르는구나.”
2. “나도 아줌마 다 됐네.”
??? “아니에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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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갑작스런 질문이지만, 내 어디가 좋아?


마스다 : 이제 막 교제를 시작한 커플 같은 질문이네(웃음). 교제 초기의 커플처럼 대답하자면, 전부 좋아. 전부 사랑스러워. 수짱 시리즈는 삼십대에 두 편, 사십대에 두 편, 오십대에 다섯 번째를 완성했는데, 수짱과 함께 많은 것들을 생각해온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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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그러면 세 번째인 『아무래도 싫은 사람』 에서는 나와 같이 ‘싫은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마스다 : 당연히 생각했지. 만화를 그리면서 내 온몸이 서늘해졌어. 듣기 싫은 말을 해놓고는 ‘농담이야~’ 하는 사람, 진짜로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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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농담’이라고 해버리면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어. 싫은 소리를 들은 기분은 껄끄러운 상태로 가슴에 남은 채.


마스다 : 수짱, 애쓰고 있다고 생각했어. 싫은 사람의 좋은 점을 찾아보기도 하고, 좋아지려고 노력도 하고. 그때의 수짱은 어머니 말씀에도 힘을 얻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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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응. 이제 자신의 감을 믿을 나이라고 하셨어. 자신을 믿는다는 건 자신이 경험해온 시간을 믿는 것임을 피부로 느꼈지. 세 번째 작품 속 나는 서른여섯이었어.


마스다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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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지금에 와서 새삼스러운 질문이지만, 나를 그리기 시작한 이유, 물어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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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면 어쩔 수 없지.”
2. “그걸로 된 거야.”
3. “너도 이제 서른여섯이니까.”
4. “슬슬 자신의 감을 믿을 나이가 됐지.”
『아무래도 싫은 사람』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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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그리고 싶어졌어. 정말 그것뿐이야. 쌀쌀맞게 들리지는 않을까 싶어서 여러 가지 덧붙여서 대답할 때도 있지만.


수짱 : 난 당신이야?


마스다 : 넌 나라는 사람으로 만들어졌지만, 나는 아니야. 그러니까 전부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거야. 예컨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의 수짱.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거동을 못하는 할머니에게도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던 장면이 있었잖아?


수짱 : 사와코 씨의 집이었지.


마스다 : 나라면 생각이 너무 많아서 분명 그렇게 못했을 거야. 하지만 수짱은 했어. 사와코 씨도, 사와코 씨의 어머니도 기뻐하셨고.


수짱 : 그 작품 속 나는, 나이가 든다는 건 뭘까 하고 번민했었지. 한참을 생각하다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최고’라는 말이, 사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어.


마스다 : 어떤 말을 사용하고 어떤 말을 사용하지 않는지. 그건 그 사람의 인생 자체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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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
2. 어?
3. (?? )
4. “쓰치다 씨…” “오랜만이에요.”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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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말 하니까 생각났는데, 내가 사와코 씨에게 높임말을 사용하지 않게 될 때까지의 시간을 흐름은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마스다 : 엄청 생각했어. 사와코 씨는 수짱보다 나이도 많고 예전 아르바이트하던 곳의 선배. 그런 관계에서 천천히 친구로 변해간다. 그런 부분도 섬세하게 묘사하려고 생각했어. 높임말의 양을 조금씩 조절해서. 학생시절에는 반이 바뀔 때마다 서둘러 누군가와 가까워지지 않으면 외톨이가 되는 분위기가 있었잖아? 하지만 어른은 친구가 되는 데에 시간을 들여도 괜찮아. 『수짱의 연애』 에서는 수짱과 사와코 씨가 ‘친구’로서의 대화를 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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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짱의 연애』 하면 역시 쓰치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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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수짱의 연애』 를 끝냈을 때, 쓰치다 씨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쓰치다 씨의 세계는 끝나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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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쓰치다 씨가 주인공인 단행본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를 문고판에서 『세계는 끝나지 않는다』로 제목을 바꾼 건 그런 이유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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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최신작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에서, 예전에 좋아했던 쓰치타 씨와 재회했잖아. 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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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부분은 좀 더 로맨틱하게 해주지.”
1.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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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어떻긴, 당연히 설렜지! 그건 그렇고, 재회장면은 좀 로맨틱하게 해주지. 난 그때 편의점 가는 길이라서 코트 속에는 후줄근한 실내복이었어. 그래서 코트를 입은 채 쓰치다 씨랑 꼬치구이 먹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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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그 장면을 떠올렸을 때 책상 앞에서 웃어버렸어. 수짱, 용서해달라면서(웃음).


마스다 : 최신작에서는 수짱에게 슬픈 일도 겪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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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소중한 사람을 잃었지. 작품을 시작할 때 결정했었던 내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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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윤곽만 대충. 누구를 잃게 할지는 정하지 않았었어. 정해놓은 대로 그리는 일은 불가능해. 등장인물도 종이 위에 살아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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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저자인 당신은 40대에 아버지를 떠나보냈지. 그 경험이 이번 작품에 영향을 미친 걸까.


마스다 : 그렇다고도, 그렇지 않다고도 할 수 있어. 큰 사건만 살려서 그리는 게 아니니까. 전부 그래. 슈퍼마켓에서 장을 볼 때도, 전철에서 흔들리고 있을 때도. 내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느낀 모든 것에 영향을 받아. 아버지의 부고를 들었을 때는 있지, 엄청 슬펐지만, 그 슬픔 속에서 ‘나는 이제 처음으로 아버지가 없는 세상에 있구나.’하고 퍼뜩 깨달았어. 묘한 기분이었지. 하지만 그 순간, 아이를 막 출산한 사람의 마음이 생각났어. ‘이 아이가 있는 세상이 시작됐구나.’하고 느끼지 않을까 하고. 그런 것들을 순간순간 끌어안고, 앞으로도 그림을 그려가겠구나,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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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신작을 끝내고 나니 어떤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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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먹는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구나 싶어. 식사를 하는 것과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은 같은 게 아니잖아. 수짱은 이번에 보육원의 미도리 선생님에게 수프를 만들어드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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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몸이 편찮으셔서 식욕도 없으셨으니까. 그래서 물냉이 포타주 수프를 만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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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소중한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 마음은 고귀한 것. 그때 미도리 선생님은 수짱이라는 사람에게 힘을 얻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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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난 항상 미도리 선생님의 말씀에 힘을 얻어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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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미도리 선생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을 때, 수짱 마음속에서 커다란 힘이 솟아났다고 느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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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맞아. 사랑도 이길 수 있는 강력한 파워. 당신에게 버팀목이 되는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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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멋진 대답을 준비해두면 좋았을걸(웃음). 단지, 기대기만 하는 것만으로는 약하다고 생각해.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일이 강인함도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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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머니가 되어도
2. 나는, 나.
3. “다른 누구도 아니야. 누구의 것도 아니야.” / 그럼 그럼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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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자신이 했던 말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대사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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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한밤중에 울면서 했던 말. 그 말을 했을 때는 정말이지 다 털어냈구나, 하고 개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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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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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자신 찾기 따위가 뭐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진짜 자신을, 자신이 찾아 헤매면 어쩌자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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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에서 했던 말이네. 그 다음에 ‘그러면 자신이 불쌍하잖아.’라고 말을 이었지. 변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번민하던 수짱이, 마지막 부분에서 그렇게 말하며 엉엉 울었어. 나도 작품을 그리면서 마음이 놓였던 장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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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당신도 있어? 내가 한 말 중에 좋아하는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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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베란다에서 빨래를 걷으며 했던 말,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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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기억해.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에서 했던, 나의 신조가 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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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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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할머니가 되어도 나는 나, 다른 누구도 아니며 누구의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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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어. 수짱, 한밤중에 환한 표정으로 말했지. 뭐, 전부 똑같은 얼굴이라면 똑같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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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한밤중 하니까 생각났는데, 여전히 밤샘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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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그렇지. 일어나서 부스럭부스럭 움직여. 원고도 쓰고. 한밤중은 뭔가 안심이 돼. 외출하지 않아도 되니까. 낮에 집에 있으면, 그 전람회도 끝나기 전에 가봐야 하는데, 산책이라도 좀 하면서 체력을 키워야하는데… 등등 자신이 자신을 압박하거든. 한밤중은 착해. 집에 있어도 된다고 말해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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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최근에 재밌게 본 전람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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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도쿄의 국립신미술관에서 한 <볼탕스키 전시회>. 볼탕스키는 프랑스의 현대미술 아티스트인데, 그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가 녹음한 심장소리를 전시회장에서 틀어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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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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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가가와 현 데시마라는 곳에 자그마한 볼탕스키 미술관이 있는데, 거기에서는 관람객이 자신의 심장소리를 녹음할 수 있어. 내 심장소리도 보존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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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그 소리는 다른 누구의 소리와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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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 ‘나는 나, 다른 누구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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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 : 모두 다른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거네. 나도 이 만화의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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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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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모토 요시코(수짱)


가고시마 출생. 2006년에 만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로 데뷔. 카페 점장으로 일하다가 이직했으며, 현재는 어린이집에서 조리사로 근무. 원룸 아파트 2층에 살고 있으며, 이상한 모양의 테이블을 바꾸고 싶어 한다. 애용하는 토트백은 L.L.Bean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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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다 미리


오사카 출생. 일러스트레이터. 2006년에 만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를 발표. 그 후 <수짱> 시리즈 3편이 간행된다. 이 시리즈는 2013년에 영화화되었으며, 최신작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수짱의 인생』은 7년만의 발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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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고 있습니다마스다 미리 글그림/박정임 역 | 이봄
대단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도 그 누구도 아닌 ‘나’의 고민과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나간 책으로, 수많은 30대 싱글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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