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인비저블맨> 나는 투명인간 버전의 <현기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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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비저블맨>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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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을 스포일러합니다!)


<인비저블맨>?을 보면서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1958)을 떠올렸다. <인비저블맨>?을 연출한 리 워넬 감독이 대놓고 <현기증>을 투명인간 버전으로 만든 게 아닌가! <인비저블맨>?은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투명 인간이 되면서까지 괴롭혀 이에서 벗어나려는 세실리아(엘리자베스 모스)의 분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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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묻자 세실리아는 이렇게 고백한다. “그는 내 모든 걸 통제하면서 살았어. 내 의도를 무시하고 뭘 입고, 뭘 먹을 것인지 통제했지. 나중에는 몇 시에 외출할지, 무슨 말을 할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까지도.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생각을 하는 것 같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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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의 스카티(제임스 스튜어트)는 매들린(킴 노박)의 뒤를 밟는다. 대학 동창에게 부인을 미행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서다. 스토킹하듯 뒤를 쫓다 금문교 아래로 뛰어든 매들린을 구하면서 사랑에 빠진다. 그러다 함께 간 수녀원 종탑에서 매들린이 떨어져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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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스카티는 매들린과 머리와 옷 스타일은 달라도 생긴 건 똑같은 주디를 목격하고 다짜고짜 그녀가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간다. 뻔뻔스럽네요, 모르는 사람 방까지 쫓아오다니, 그녀의 항의는 나 몰라라 스카티는 잠깐 얘기만 하고 싶다고, 저녁이나 먹자고, 그러다 더한 요구를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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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사줄 테니 이거 입으라고, 구두는 이걸 신으라고, 헤어스타일은 이렇게 바꿔보라고, 그럴 때마다 주디의 표정은 당혹에서 거부로, 울분에서 어쩔 수 없는 동의로 변화해 간다. <인비저블맨>?에서 세실리아가 남편에게서 죽음을 무릅쓰고 피하려 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과 붙여 놓으면 영화는 달라도 맥락이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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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리 워넬 감독은 <현기증>을 비롯하여 히치콕의 영화와 연출론을 염두에 두고 <인비저블맨>?을 준비했다. 버라이어티지(誌)가 리 워넬과 나눈 대화를 기술한 부분 중 일부다. “리 워넬은 또 다른 공포의 달인에게 눈을 돌렸다. 나는 히치콕 영화를 많이 봤다. 그중 <현기증>의 광기를 다룬 연출을 사랑한다. 관련한 많은 것이 지금도 효과적이어서 다시 보면서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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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이 여성 캐릭터에 금발 배우를 선호한 건 잘 알려졌다. 리 워넬은 세실리아 역에 금발의 엘리자베스 모스를 캐스팅하여 주디가 스카티의 집착에 시달리듯 투명 인간이 된 남편에게 쫓기는 설정으로 <인비저블맨>?을 투명인간 버전의 <현기증>으로 연출했다. 영화 속 공간으로 <현기증>과 같은 샌프란시스코를 선택했고 스카티의 고소공포증과 매들린과 주디의 추락사가 연상되도록 세실리아와 남편이 살던 집을 높은 언덕으로 설정한 것도 두 영화 간의 친연성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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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비저블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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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건 리 워넬이 왜 <현기증>을 필요로 했냐는 점이다. <현기증>에서 주디를 매들린으로 꾸민 스카티는 매들린이 떨어져 숨진 종탑으로 이동하면서 주디에게 “우리는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돼”라고 설명한다. 스카티가 언급한 ‘자유’는 매들린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부터의 벗어남이다. 실은 주디가 매들린과 동일인이라는 걸 아는 스카티는 자신을 속인 주디, 아니 매들린에게 책임을 물을 목적으로 문제의 종탑으로 데려갔던 터다. 스카티를 속인 매들린의 잘못이 없는 건 아니지만, 스토킹하듯 그녀에게 집착했던 스카티에게는 문제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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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맨>?의 마지막 장면의 배경은 <현기증>이 그랬던 것처럼 사건의 발단이 되는 세실리아와 남편이 살던 집, 즉 문제의 공간으로 돌아간다. 투명 인간의 남편에게 쫓기던 때와 다르게 세실리아는 금발 미녀의 전형적인 차림새다. 남편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세실리아는 그전에 이 집에 와 숨겨두었던 투명 인간 슈트를 입고 남편을 죽인 후 자살한 것으로 꾸민다. <현기증>의 스카티와 매들린의 관계를 역전한 결말이다. 그래서인지, <인비저블맨>?의 ‘매들린’ 세실리아는 남편의 죗값을 묻고 자유를 얻은 당당한 모습으로 집을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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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맨>?의 제작사 ‘블룸 하우스’는 공포물의 신흥 명가다. 저예산의 공포물을 기본으로 하면서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데도 적극적이다. <겟 아웃>(2017)으로 미국 백인 기득권층의 흑인 개조의 욕망을 은유했고 <할로윈>(2018)에서는 여성을 노리는 살인마가 되려 여성에게 공격당하는 결말로 통쾌함을 선사했다.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여성은 더는 남성의 욕망에 고통받거나 희생당하는 존재가 아니다. 되로 받으면 말로 갚는다, 그렇게 세상은 변했다. 리 워넬이 <현기증>을 생각나게 하는 설정으로 <인비저블맨>?을 만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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