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책읽아웃] 한국 사회에 사는 여성이라면 다 이해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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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소설 밀크맨』? , 상처 받은 소녀와 양봉가 할아버지가 나눈 교감의 기록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 이종열 조율사가 걸어온 64년의 길이 담긴 『조율의 시간』 을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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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콩(김하나)의 선택 - 『밀크맨』
애나 번스 저/홍한별 역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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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는 고유명사가 안 나옵니다. 물론 어떤 고유명사는 나오지만, 사람 이름이라든가 길의 이름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나오지 않아요. 등장인물들은 관계로 호명이 돼요. 그래서 주인공은 ‘가운데 아이(middle sister)’예요. 여러 형제자매들이 있는데 자신들이 가운데 딸이기 때문이고요. 남자친구도, 서로 간에 확신을 가진 남자친구가 아니라 어쩌면 남자친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소설에서 나오는 공식 명칭이 ‘어쩌면 남자친구’예요. 어떤 누구도 이름으로 불리지가 않는 곳이고, 배경이 되는 곳도 어디라고 특정 지어져 있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는 짐작을 할 수는 있죠. 이 소설에서 ‘물 건너’라고 하면 국경 너머의 어떤 나라를 지칭하는 것이고,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곳은 영국이에요. 그리고 이 소설의 배경으로 아주 근접한 곳은 북아일랜드예요.


아일랜드라는 나라의 북쪽은 북아일랜드이고,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가 아니라 영국이에요. 북아일랜드의 수도가 따로 있고 그곳이 벨파스트예요. 작가 애나 번스는 벨파스트 출신이고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때는 1970년대로 추정이 됩니다. 70년대는 특히나 북아일랜드가 너무 시끄럽던 때였죠. 아이아르에이(IRA), 북아일랜드가 독립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쪽과 영국 안에 있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쪽(국가수호파)가 있었는데, 국가수호파와 반대파 간에 무장 투쟁을 하고 계속해서 폭력 사태가 벌어지고 했던 때인데, 그 당시를 조금 더 극단적으로 다룬 소설이에요.


주인공 ‘가운데 아이’는 열여덟 살입니다. 이 소녀에게, 책의 주인공이기도 한 ‘밀크맨’이 나타납니다. 밀크맨은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겠죠. 이것이 별명이에요. 41세의 흰색 밴을 몰고 다니는 남자이고요. ‘이 사람은 환상의 존재야? 실제로 존재하는 거야?’ 하고 헷갈릴 정도로 갑자기 나타나고 갑자기 사라지고, 주인공이 말하지 않았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인 거예요. 스토커죠. 이 스토커는 유부남이기도 하고, 무장투쟁의 중심에 있는 반대파-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지지하는 반대파의 일종의 영웅이기도 합니다. 이 사람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너무 위협을 느껴요.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 너무 기습적으로 나타나고, 내가 직접 말하지 않은 것들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 말하고, ‘네가 이러다가는 ’어쩌면 남자친구‘에게 해가 가해질 수도 있다’고 으름장 비슷한 암시를 놓고 사라지고, 이러는 게 미칠 노릇인 거예요. 점점.?


하지만 밀크맨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호소하는 건 불가능해져요. 왜냐하면 이미 사람들이 ‘밀크맨이 네 애인이라며? 너 왜 밀크맨이랑 그러고 돌아다녀? 벌써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됐다며?’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몰아가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 책의 미친 문체와 함께 주인공을 옥죄어 오는 공포라고 하는 것이 대놓고 스릴러 같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한국 사회에 사는 여성이라면 너무 다 이해할 것 같아요.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것들, 또는 길에서 마주치는 어떤 사람들의 눈빛, 밤에 누군가가 따라올 때 느끼는 공포 등등 여성들을 제정신이 아니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잖아요. 거친 물살이 이상하게 한 성에게만 계속 몰아치고 있는 것 같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느낌. 그런 것을 너무 잘 묘사해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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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의 선택 -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메러디스 메이 저/김보람 역 |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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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어린 시절 회고록이에요. 메러디스 메이는 16년 동안 샌프란시스코의 지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기자로 일했고요. 저서로 『I, Who Did Not Die』가 있고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은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가 유일합니다.


메러디스는 다섯 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했는데, 정말 전쟁 같은 부부싸움을 거듭하다 이혼했어요. 여느 날처럼 엄마아빠가 한 바탕 전쟁을 치른 후였고, 나는 남동생과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짐 싸’라고 한 거예요. 그리고 나와 남동생을 데리고 외할머니 댁으로 가게 됩니다. 겨우 다섯 살 나이에 전쟁 같은 집안의 풍경을 목격했고, 낯선 곳에 덩그러니 놓였고, 누구도 아빠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고, 마치 아빠가 세상에 없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걸 경험한 거예요.


엄마는 슬픔과 고통 속에 잠식당해서 아이들을 전혀 돌보지 않았어요. 엄마도 힘들지만 메러디스와 남동생도 힘든 상황이었고 엄마 손길이 필요한 시기였는데 감정적인 돌봄을 받지 못해요. 엄마의 방문을 두드리면 ‘메러디스, 나중에’, ‘저리 가’라고 하고 계속 침대에만 누워있어요.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할머니도 엄마에게 너무 과몰입 돼 있어요. 엄마를 돌보느라 손주들은 2순위로 밀려나는 거예요. 아이들이 엄마를 찾으려고 하면 ‘엄마 지금 혼자 쉬어야 되는 거 알지?’, ‘너 설마 또 엄마를 귀찮게 했어?’ 하면서 감정적인 보살핌을 주지 않아요. 외할아버지는 벌을 치는 양봉가인데, 이 외할아버지만이 메러디스 남매와 교감을 나누게 됩니다.


지난 방송에서 저희가 장류진 작가님의 일의 기쁨과 슬픔 에 대해 이야기했잖아요. 그 소설집에 「탐페레 공항」이라는 단편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작품이 떠오르더라고요. 톨콩님과 저를 비롯해서 많은 독자들이 「탐페레 공항」을 읽으면서 뭉클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았던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결국 인간이 인간에게 친절하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울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엄청난 친절이 아니고 끈적끈적한 교감을 나눈 게 아니라 하더라도, 상대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나 역시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주고받는 친절이 우리를 뭉클하게 할 때가 있는 것 같은데요.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의 할아버지가 그렇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말수가 적고 정말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인데요. 가령 메러디스가 이야기를 할 때는 항상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아이에게 귀를 갖다 대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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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의 선택 - 『조율의 시간
이종열 저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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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 조율사는 대한민국 조율 명장 1호라고 하고요. 1938년생이에요.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계시고 1956년부터 피아노 조율을 시작하셨어요. ‘수도피아노’라고, 지금은 없어졌는데 한국에서 잘 나가는 피아노 회사였다고 해요. 그곳과 ‘삼익피아노’를 거쳐서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의 수석 조율사로 재직 중이라고 합니다. 『조율의 시간』 은 본인이 조율해왔던 시간을 기록한 책이에요. 손으로 하는 일만큼 시간이 담보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손기술은 손으로 직접 얼마나 오래 연습을 하고 얼마나 현업으로 오래 했느냐에 따라서 갈리는 기술이잖아요. 이 분도 1956년부터 한 기록으로 인해서 지금 수석 조율사라는 자리에 오르신 거고, 그 과정이 책에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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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부, 3부로 나누어서 기고했던 칼럼과 책을 위해서 새로 쓴 글이 모아져있는데요. 1부는 어떻게 조율을 시작하게 됐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일을 했는지, 일대기식으로 회고를 하고 있고요.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일하면서 얼마나 명장들을 많이 만났겠어요. 세계의 내로라하는 피아니스트들이 다 이 분이 조율한 피아노를 거쳐 갔을 거잖아요. 그 사람들과의 일화 같은 것들이 2부에 많이 나와 있어요. 피아노 마니아들이라면 진짜 재밌을 것 같아요. 그 다음 3부에는 조율에 관해서, 조율이 무엇이고 자신이 조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율의 각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나옵니다.


조율사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조율사에게는 귀에 들리는 소리를 공구 다루는 손으로 연결하는 감각이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시점에서 현을 풀어야 되겠다 또는 감아야 되겠다 하는 손의 감각과 소리를 듣고 있는 귀의 감각을 연결하는 것이다. 귀와 손을 서로 연결하며 자유자재로 일할 수 있을 때까지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종열 조율사의 많은 연습은 64년 동안 계속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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