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클래식 리뷰] 미쳐야 가능하다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No.3>

[리뷰타임스=수시로 리뷰어] 코로나의 암울함을 넘어 몇 년만에 열렸던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인고의 시간에 부합하는 한 명의 천재가 탄생했다. 당시 18세 나이로 본선 무대에서 청중의 환호와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임윤찬. 우승 인터뷰를 하며 산 속에서 피아노를 치며 살고 싶다는 그의 연주를 처음 듣고는 그냥 얼어버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가 연주했던 곡은 데이비드 헬프갓(영화 샤인의 실제 주인공)이라는 호주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가 연주하고는 정신분열에 걸렸다는 그래서 미치지 않고는 칠 수 없는 곡이라고 불리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No.3>이었다. 


피날레의 클라이막스 마지막 음표가 끝나는 순간. 관객은 기립해 환호했고, 지휘자는 눈물을 훔쳤다. 임윤찬이라는 이름이 세계에 박제되는 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였던 라흐마니노프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이다. 클래식의 세계가 현대라는 이름으로 깨어나던 시기에도 끝까지 낭만적인 러시아 음악을 부여잡은 작곡가이기에 당시에는 각광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재평가를 받은 작곡가이기도 하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중 유명한 곡은 작품 번호 2번이다. 많은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해서 주선율을 안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 그런데 막상 작품 3번은 듣기 쉽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키 190센티, 손 길이 30센티였다는 라흐마니노프도 초연해줄 피아니스트가 없어서 자신이 초연을 한 곡이며, 초연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면서 내가 왜 이런 곡을 작곡했지라고 말했을 정도로 난곡에 속한다. 

 

거장의 손, 무려 30센티였다고 한다


전체적인 선율과 감성은 러시아 특유의 감수성으로 가득차 있다. 우울하면서도 도전적인 느낌이 공존하고 빛(화음)과 어두움(불협 화음)이 교차한다. 부드러움 뒤에 강함이 숨어 있고, 그런 격정 끝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열정으로 마지막 음표가 끝난다.  

 

아름답지만 부담스러운 곡이다. 악보가 난해하다. 너무 많은 음표 때문에 연주가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음을 뚫고 나와야하는 힘도 있어야한다. 솔로 연주인 카덴차 부분을 제외하고는 자칫 오케스트라에 잡혀 먹힐 수있어 왜 연주가들이 회피하는지 알만하다. 


그래서 더 도전하는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연주가들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통과의례처럼 연주한다. 이 곡을 무대에서 연주해야만 진정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느낌적인 느낌. 유명 콩쿠르 우승자들은 대부분 이 곡을 연주한다. 마치 자신의 연주가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앞에서 언급한 데이비드 헬프갓의 인생을 영화로 만든 샤인이라는 영화에서 처음 접했다.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공부하던 그가 교수에게 콩쿠르 곡으로 이 곡을 선택했다고 하자. 교수는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불멸의 곡이야. 미치지 않고서는 이 곡을 연주할 수는 없네!” 

영화 샤인의 포스터

 

이 말에 데이비드 헬프갓은 “그 정도로 충분히 미쳤다.”라고 대답하고 콩쿠르에서 이 곡을 연주하고는 쓰러져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영화처럼 다시 피아니스트로 복귀하는 계기가 된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의 유명한 녹음은 다수 존재한다. 물론 초연한 작곡가 본인의 연주도 유명하다. 라흐마니노프는 1909년 미국 여행 중 이 곡을 초연한 이후 미국인이 된 후 1939년 이 곡을 처음 녹음했다. 그리고 호로비츠도 여러 차례 녹음했고, 니콜라이 루칸스키의 연주도 유명하다. 

 


국내 연주자로는 선유예권과 조성진, 손열음 그리고 임윤찬의 연주가 압권이다. 조성진과 임윤찬은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조성진은 꿀이 떨어지는 듯한 부드러우면서 감성이 풍성한 느낌의 연주를 하고 임윤찬은 음표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는 듯 아주 정확하고 자기 감정에 충만한 연주를 한다. 그래서 솔직히 누가 더 좋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해석의 문제로 난 이 두 사람의 연주를 번갈아 듣는다. 물론 둘 다 정말 좋지만,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무대에서 연주했던 버전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다. 

 

 

이 곡은 총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악장에서 3악장은 쉼없이 바로 이어서 연주한다. 많은 음표와 오케스트라와 싸워야하는 피아니스트에게는 버거운 곡임에 틀임없다. 약 45분 내외 집중해서 꼭 한 번 전곡을 들어보길 바란다. 넓은 지구의 돌아다니는 영혼이 고난과 싸우고, 희망을 보고, 전쟁을 겪는 와중에도 새로운 평화를 얻는 그 과정. 삶이며, 지구이며, 생명인 그 모든 것이 한 곡의 음악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 정말 오묘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유튜브에 있는 임윤찬의 연주는 1년된 지금 1,200만 뷰를 넘어섰다. 약 1만7천개의 댓글 중 이 댓글이 참으로 압도적이다. 

  

“그(임윤찬)는 아르헤리치 + 호로비츠 + BTS의 V를 완벽하게 섞어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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