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증명하라, 무대로 : 효린의 실력과 여유

65775.jpgMnet 제공

효린이 잘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2010년 막 스무 살이 되던 해 씨스타의 메인 보컬로 데뷔한 이후, 그의 이름 앞에 습관적으로 붙는 수식어는 다름 아닌 ‘실력파’였다. 외모와 인기가 전부라는, 그때도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아이돌을 향한 얄팍한 시선 속에서 효린은 단 한 번도 주저하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자기 말을 빌자면 ‘기죽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3대 기획사가 아닌 중소 기획사에서 데뷔한 자신이 잘되어서 판을 엎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효린이 가진 활화산 같은 오라의 깊은 곳에는 꽉 들어찬 속 근육을 자랑하는 실력, 바로 그것이 있었다.

연습생 시절부터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는 가창력은 효린이 실력파 아이돌로 불리기 시작한 가장 큰 요인이었다. 듣는 순간 누구라도 쉽게 식별 가능한 허스키한 음색은 저음과 고음을 비롯해 진성, 가성, 두성 어떤 발성법 앞에서도 주춤한 적이 없었다. 데뷔 후 ‘케이팝 보컬 원톱’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 보니 음악 예능 출연 이력도 화려할 수밖에 없었다. 가요계의 내로라하는 보컬들이 벌이는 한 판 차력 쇼로 주목받았던 MBC <나는 가수다> 라인업에 현직 아이돌 출신 가수 최초로 이름을 올리고, 세대를 초월한 공감을 끌어내야 하는 KBS <불후의 명곡>에서도 거듭 우승을 차지했다. 효린의 가창력은 때로 단순한 ‘노래 경연’을 뛰어넘었다. 2015년에는 엠넷의 여성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에도 출연했다. 원더걸스의 유빈이나 포미닛의 전지윤 같은 아이돌 그룹 출신 출연자도 있었지만, 래퍼 포지션이 아닌 참가자는 효린이 유일했다. 멜로디 자리에 리듬을 넣으니 가수 효린에서 래퍼 효린으로 자연스레 위치가 바뀌었다. 실력이라는 타고난 속성이 그대로인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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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하면 뭐든 잘한다’ 적인 효린의 재능이 대폭발하는 장소는 당연하게도 무대 위다. 데뷔곡 ‘Push Push’부터 흔히 말하는 ‘아이돌 2회차’ 같았던 그는, 안정적인 가창력과 춤은 물론 카메라나 관객을 생긋 웃으며 바라보는 표정까지 여왕적 면모를 타고난 데가 있었다. 그런 그가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퀸덤 2>에 등장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서바이벌의 특성상 팬덤이 큰 가수가 유리한 구조 속에서도 효린은 모든 순간 ‘잘하면 된다’는 자세로 정면 승부를 택했다. 그리고 과연 정면 승부를 택할만한 무대들이 펼쳐졌다. 1차 경연으로 선보인 ‘Touch My Body’는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해당 시즌을 대표하는 무대가 되었다. ‘트로피컬 파라다이스’를 테마로 무대 구성에서 의상 디테일 하나하나 꼼꼼히 살핀 효린의 존재감은 단순히 ‘좋은 실력’ 이상의 어느 지점을 가리켰다. 보컬과 댄스 가운데 자신 있는 영역에 도전하는 포지션 유닛 대결에서 빠듯한 준비 시간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를 전부 택해버리거나, 경연이라는 프로그램 포맷 상 유발될 수밖에 없는 팀별 견제를 뛰어넘어 상대팀에게 헌정하는 무대를 꾸미는 모습 등은 단순한 자신감의 발로를 넘어선 정말 ‘잘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 그 자체였다.

경연을 거듭하며 방영 초 자체 평가, 글로벌 평가단, 현장 평가단 모두에게 만점을 받는 진기록을 세워나가던 그는 안타깝게도 프로그램 최종 우승에는 실패했다. 세상일이 다 그렇다. 그런데 우승하지 못한 건 사실이니 관성적으로 ‘안타깝게도’라는 부사를 붙였지만, 이게 안타까울 일인가 싶긴 하다. 효린은 <퀸덤 2>를 통해 사실상 자신이 가진 거의 모든 것을 증명해냈다. 다소 주춤했던 활동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녹슬지 않은 실력, 여전히 죽지 않은 기 위에 더해진 가진 자의 여유, 퍼포먼스에서 구성까지 무대에 대한 꼼꼼한 애정과 그를 뒷받침하는 꽉 찬 능력치, 그리고 그 무대를 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여름 그 자체’라는 표현까지. 이 모든 것들이 다름 아닌 무대로 증명되었다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하고 경쾌하게 느껴진다. 온통 복잡한 숫자와 순위를 벗어나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에서만 부는 선선한 초여름 바람이 전해진다. 무대 위에 선 효린이 자신감 있게 미소 지을 때 종종 불어오던, 바로 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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