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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보다” 대학로 ‘짚풀생활사박물관’

우리에게 익숙한 돗자리의 원재료는 대나무 즉 풀이다. 돗자리는 딱딱한 의자보다 왠지 정감이 가는 친근한 언어다. 옛날에는 새끼를 꼬아 엮은 쌀가마니가 집안에 많이 있으면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또 정월 초하루에 만들어 파는 복조리는 죽사(竹絲)로 엮어 만들며 특별히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었다. ‘죽장에 삿갓쓰고 방랑 삼천리’라는 김삿갓 노래에 등장하는 죽장과 삿갓 역시 전부 대나무같은 풀로 만들었다.

짚풀로 엮어 만든 벼개,실패,책상자의 모습
짚풀로 엮어 만든 벼개, 실패, 책상자의 모습 ⓒ조시승

우리 조상들의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짚·풀에 둘러싸여 살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조상대대로 우리 어머니들은 정갈한 짚 위에다 우리들을 낳으셨다. 사람이 세상에 나와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초가집 아래 짚 위였다. 애를 낳기 직전 산모에게도 깔끔한 짚을 깔아주었다. 전설의 삼신 짚으로 순산을 도와주고 아이의 성장을 지켜주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또 아기가 태어나면 소나무 가지와 숯 고추 등을 새끼줄에 끼운 금줄을 대문 밖에 쳐서 부정을 막기도 했다.

여러가지의 탈 중 4눈을 가진
여러가지의 탈 중 4눈을 가진 ‘방상씨탈’은 상여가 나갈 때 제일 앞에 서는 사람이 쓴다. ⓒ조시승

자연속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활용하던 풀·짚 문화는 다양한 도구의 수요로 인해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재료였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대체수단이 나와 점차 밀리게 되면서 지금은 사라지게 되었다. 이제 박재란의 ‘밀짚모자’ 노래를 듣기도 보기도 어려워졌다. 짚·풀과 함께 한 기억은 추수하고 난 만추 들녘 전원의 풍경속에서나 떠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되고 말았다.

1993년 설립된 혜화동의
1993년 설립된 혜화동의 ‘짚풀생활사 박물관’ 전경 ⓒ조시승

혜화동에 위치한 ‘짚풀생활사박물관’은 우리 조상들이 짚과 풀로 무엇을 만들어 사용하였고, 그것들이 오늘날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를 탐구하고 모색하며 후손들에게 알리기 위해 1993년 세워졌다. 짚과 풀은 무엇일까? 짚은 논이나 밭에서 기른 곡식을 추수한 뒤 이삭을 털어내고 남은 줄기나 잎을 말린 것이다. 볏짚, 보리짚, 밀짚, 콩짚, 조짚 등이다. 풀은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풀종류를 의미하며 칡, 갈대, 부들, 왕골, 대나무, 댕댕이덩굴 등이 포함된다.

한국 망태기의 엮음새가 갖가지 모양으로 선보이고 있다.
한국 망태기의 엮음새가 갖가지 모양으로 선보이고 있다. ⓒ조시승

짚과 풀은 인류 기원과 함께한 가장 오래되고 보편화된 삶의 재료다. 특별한 연장 없이도 짚과 풀로 집을 지었고 옷과 농기구를 만들었으며 물건을 묶고 나를 수 있었다. 그래서 도구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한 이후에도 대부분 사람은 선사시대처럼 짚과 풀로 생활에 필요한 여러 용품을 숙련도에 차이는 있지만 직접 만들었다. 이렇듯 짚·풀은 과거 우리 조상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했던 자연이 준 가장 고마운 선물이었다.

짚방석과 왕골자리가 여러 모습으로 만들어 졌다.
짚방석과 왕골자리가 여러 모습으로 만들어 졌다. ⓒ조시승

‘짚풀생활사박물관’의 본관인 짚풀체험 교육실에는 여러 가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컵받침, 복조리, 여치집, 계란꾸러미, 빗자루, 부들부채, 금줄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임시 휴관 중이어던 박물관은 지난 19일부터 정상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6월 15일까지 다시 임시 휴관을 결정했다. 

전시실은 특별전을 전시하는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로 나눠지는 상설전시실에는 짚신, 짚수세미, 돗자리, 바구니, 소쿠리, 탈 등 모두 짚과 풀로 만든 다양한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소의 움직임을 알기 위해 달았던 워낭, 곡식을 담는 멱서리, 아기요람인 애기구덕, 멧돌을 두는 멧방석, 누에가 실을 토해 고치를 만들 장소인 누에섶 등 요즘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물건들도 만날 수 있다.

한옥관의 짚풀체험 교육실에서는 각종 짚풀체험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한옥관의 짚풀체험 교육실에서는 각종 짚풀체험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조시승

입고 다니는 의복과 관련된 전시물도 인상적이다. 등만 덮을 만하게 걸쳐입는 홑옷인 등거리나 삼·모시·노 등으로 만든 신발인 미투리의 실물도 볼 수 있다. 제1전시실에는 모자가 달린 비옷인 접사리가 있었다면 제2전시실에는 모자 없는 비옷인 도롱이가 전시되어 있다. 날씨가 가물 때는 논의 물꼬를 막아주고, 장마 때는 물꼬를 터줘야 했기 때문에 농부에게 우비는 무엇보다 중요한 차림이었다. 밀짚모자나 관례를 치른 소년이 쓰던 초립, 잘 때 함께 품고 자는 죽부인 등도 전시되어 있다.

모자가 달린 비옷인 접사리와 짚뱀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다.
모자가 달린 비옷인 접사리와 짚뱀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다. ⓒ조시승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방학때 시골내려가면 보던 요즘으로 치면 휴대용 파우치인 꼴망태와 탈이다. 탈 대부분은 마당놀이에 쓰던 것이지만, 한 가지 다른 용도의 탈이 있다. 눈이 네 개가 달린 ‘방상씨탈’로 상여가 나갈 때 제일 앞에 가는 사람이 쓰는 탈이다. 죽은 이에게 잡귀가 달라붙지 않게 사방을 살피기 위해 눈을 네 개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던 짓도 멍석 깔아 놓으면 안한다는 멍석도 전시되어 있다. 이는 곡식말리거나 손님접대시 깔아놓고 사용하던 것이다.

짚풀로 만든 짚신. 꼴망태와 여러가지 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짚풀로 만든 짚신. 꼴망태와 여러가지 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시승

특히 선조들이 여치의 예쁜 울음소리를 가까이 듣기 위해 여치를 담아 처마 끝에 달아두던 여치집도 볼 수 있다. 이런 여치집은 보릿짚이나 밀짚을 엮어 나선형으로 만드는데, 밑이 트이고 위가 막히게 엮는다. 밑을 트이게 해 여치가 도망갈까 봐 염려된다. 그러나 여치는 항상 위로 날아가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니 아래로는 도망칠 수 없다고 한다. 선조들의 작지만 귀한 지혜가 느껴진다. 여치집을 보며 기하학적 아름다움에 감동했다.

짚풀로 만든 악세사리와 생활도구들이 잘 진열되어 있다.
짚풀로 만든 악세사리와 생활도구들이 잘 진열되어 있다. ⓒ조시승

이곳 ‘짚풀생활사박물관’에서는 작은 것에서 큰 힘을 뽑아낼 줄 알았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들에서 만들어진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아름다움, 우리가 관심 갖지 못하는 사이 우리는 옛 생활의 많은 지혜를 놓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합성물질의 오·남용으로 지구가 황폐화되고 있슴에 반해 우리 조상들은 자연재인 짚풀을 활용했다. 선조들이 살아온 지혜와 생활사를 배우고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귀중한 박물관이었다. 특히 박물관은 한옥으로 되어 우리 고유의 멋과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황소의 모습. 코뚜레,워낭,김마와 발채가 잘 묘사되어 있다.
황소의 모습. 코뚜레,워낭,김마와 발채가 잘 묘사되어 있다. ⓒ조시승

짚풀생활사박물관 김효은 학예사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과 함께 전시실을 돌아보고 한옥관의 마루에 앉아 매듭도 지어보고 짚뱀만들기도 해보고 똬리틀기도 할 수 없다. 하루빨리 아이들과 함께 한옥마당에서 줄넘기, 줄다리가, 링던지기, 지게지기 등 짚으로 만든 놀이기구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짚과 풀로 만든 지게가 한옥마당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짚과 풀로 만든 지게가 한옥마당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조시승

짚풀생활사박물관 안내

해당 시설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615일까지 임시 휴관합니다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로 4길 45
○ 교통 :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도보 5분
○ 관람시간 : 10:00~17:00, 매주 월요일, 공휴일 휴무
○ 입장료 :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5세 이하 무료
○ 홈페이지 : www.zipul.com
○ 문의 : 02-743-87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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